세계 음반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앨범매출이 지난 3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다 향후 시황기상도에도
먹구름만 잔뜩 끼여 있다.

음반업계의 총매출액은 지난95년 이후 지금까지 연간 1백20억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업계의 매출증가율이 지난 92년부터 94년까지 연간 10~20%선에서
움직였으나 95년부터 올해(초정치)까지는 2~4%로 뚝 떨어진 것이다.

더욱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쉽게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CD수요는 앞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굴지의 음반업체들은 이같은 우려감을 반영, 최근들어 대대적인 감량
경영에 착수했다.

폴리그램사는 이달초 영업부진의 책임을 물어 계열사인 모타운의 앤드류
하렐회장을 해임했다.

폴리그램은 지난해에도 4백명의 직원을 해고시켰다.

BMG는 지난 95년 계열사매각과 함께 전직원의 16%를 감원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덕분에 다른 업체들과 달리 불황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신장률이 8%에 달했다.

워너뮤직과 소니뮤직도 최근 영업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인원과 조직축소
흐름에 동참했다.

영국 EMI사는 지난 92년 음반유통업체 버진레코드를 인수한 뒤 경영난에
시달려 오다 최근 미국지사를 폐쇄했다.

메이저 레코드회사들의 이같은 감량경영열풍은 정보통신 신기술로 인해
CD시장이 위축되고 있는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인터넷 뮤직웹사이트가 번성하면서 소비자들이 앨범을 무단 복제하는
경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앨범은 인터넷상에서 다운로드(복제)받아 들을 수
있다.

음반업체들은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 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불법복제로 인한 업계의
손실액은 연간 20억달러에 달한다.

더욱이 차세대 영상매체인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가 지난해말부터 본격
시판되면서 "불법복제" 위험은 배가됐다.

현재 판매중인 DVD는 수록된 영상과 음성정보를 읽는 기능만 갖춰져 있지만
머지않아 녹화가능한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티즌들은 이를 컴퓨터에 넣고 인터넷상에서 원하는 앨범을 다운로드
받으면 "개인CD"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는 음반업계에 치명타를 가할 전망이다.

때문에 정보통신업계의 신기술은 음반업계에는 곧 "거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