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과 판매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해외 바이어의 입맛에 맞도록 상표에서 부터 디자인까지 모조리
맞추는 OEM이 아니라 자가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레저용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이 당당한 자기상표로
세계시장을 빠른 속도로 개척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관심기업은 각종 보트류와 해양 안전장비를 전문 생산하는 우성아이비
(대표 이희재)가 바로 그 업체이다.

이회사는 지난 94년 범선이라는 뜻의 ZEBEC을 자기상표로 개발한 이후부터
연간 80%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올 상반기에만 40여개국에 1백20만 달러를
수출했다.

수출품목도 인명구조용 보트에서 부터 래프팅보트, 스포츠용보트, 구명복
등에 이르기 까지 모두 1백50여 가지로 다양하다.

이 회사 이사장은 자기상표로 수출을 시작한 이후 주문이 밀려 매달
3-4명의 방문 바이어와의 상담외에도 일년에 네달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다.

이처럼 이 회사 제품이 각광받는 이유는 세계 최고제품에 대한 철저한
벤치마킹의 결과이다.

이 회사는 이 분야의 메이저인 프랑스 조디악사의 제품을 수없이 분해하고
분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거둬 보트에 요구되는 완벽한 격벽장치와 용골설비,
신속한 분해조립기능등 손색없는 제품이 나왔다.

여기에다 한국인 특유의 우수한 솜씨가 결합되면서 ZEBEC은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사장은 "제품개발을 위해 밤낮을 밝혔지만 내가 만든 상표를 단 보트가
세계 곳곳의 호수와 바다를 누빈다고 생각하면 흐믓하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ZEBEC탄생의 뒤안길은 험난했다.

보트종류는 안전문제로 해당국가의 품질인증을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지난 92년에 창업한 이후부터 이사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10여개국에
60여종류의 보트를 출품, 수년간에 걸쳐 인증을 받아냈다.

비용부담은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한종류 인증을 따내는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기회는 멀리서 찾아왔다.

해양문화가 가장 발달했다는 스페인의 적십자사에서 93년 제품성능을
타진해 왔다.

이사장을 비롯한 수십명의 사원들이 보트를 들고 한강으로 달려가 아무리
험하게 다뤄도 끄떡없는 성능을 비디오로 찍어 우선 보냈다.

별도 품질인증을 할필요 없이 50대 4만불어치를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아
선적시켰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이때부터 밀어 닥쳤다.

한번 품질을 인정받으면 주문이 끊이지 않아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추가주문이 끊겼다.

이후 6개월간 생산품이 공장문을 나가지 못했다.

1원이라도 싸면 납품처를 옮기는게 바이어생리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자기상표 ZEBEC은 이렇게 비싼 대가를 치른후 탄생,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OEM을 버리자 비수기가 없어지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는등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동시에 이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후 94년부터 우성아이비의 보트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전제품을 하나에서 열까지 자체생산하는 고작 38명의 종업원으로 올해
40여개국에 2백50만달러, 내년에는 4백만달러 수출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는 OEM으로만 해주면 한해 1만대이상을 주문하겠다는 일본의 야마하,
야사끼등 대기업의 제의를 거절할 정도다.

우성아이비는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12인승 인명구조용 특수보트를
개발하는 한편, 레저용조끼로 사용할만큼 디자인과 편의성이 뛰어난
공기주입식구명조끼를 신개발, 기술수준을 크게 높여가는 중이다.

또 ISO인증을 통해 생산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성할 예정이다.

이사장은 "조디악사의 연간매출이 세계적인 자동차제조회사를 능가할
정도로 레저용품 시장은 크다"며"품질향상에 더욱 힘써 조디악에 버금가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