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재 산업] (3) '대기업-중소기업 서로 믿고 협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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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짚신을 기가 막히게 삼는 짚신장수가 살고 있었다.
까칠까칠한 느낌의 다른 제품에 비해 그가 만든 짚신은 매끄럽기가 이를데
없어 날개돋힌 듯 팔렸다.
자연히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임종이 다가와서야 그는 아들에게 비법을 전수하려 했지만 그만 힘이
부쳐 숨을 거뒀고 명품을 만드는 기술은 영영 대가 끊어지고 말았다"
기술전수에 유난히 인색했던 우리나라 장인들을 꼬집을 때마다 거론되는
얘기다.
고려청자에서나 찾아볼만한 옛이야기 같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비슷한 사례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기업과 수요기업 사이의 산.산협력 그리고
기업과 대학, 연구소간의 산.학협력이 강조되는 자본재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국내 자본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업간의 공동기술개발과
부품공용화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간의 판매와 생산의 분업화가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선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원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먼저 공동기술개발.중장비업계는 90년대 들어 주요부품의 공동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성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메이커들 사이에서 경쟁은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기능에서 전력하고
단위부품은 표준화해 공동으로 개발, 생산한다면 전체적인 업계의 기술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무도 공동개발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이유는 한결같다.
자사의 기술이나 판매정보가 누출돼서 안된다는 것이다.
김재복 기아중공업 사장은 "부품공용화가 판매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기본적인 부품마저 공동개발을 못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인 신뢰감이 없기 때문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사장은 "대기업은 대기업끼리 독자적인 기술개발만 강조하고 중소기업은
또 대기업을 못믿어 기술개발 뿐만아니라 독자브랜드를 가지고 판매영업까지
뛰어들겠다고 한다면 업계의 전문화는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돈독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 구로동의 A엔지니어링.중장비의 부품을 생산,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회사의 B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제품이 호평을 받자 납품을 받던 C기업이 최근 직접
생산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지금까지 잘 납품받던 대기업이 장사가 될만하니까 갑자기 생산까지
하겠다고 나서니 대책이 막막합니다.
지금까지 대기업을 믿고 생산에만 전념하던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고
삽니까"
B사장의 하소연이다.
대.중소기업간의 협력부재는 전문 생산업체가 기술개발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판매나 영업 애프터서비스 등 과외일에도 신경써야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독립한 사람들이 많다.
뛰어난 기술력은 가졌지만 기술개발에서부터 영업까지 모두를 해결하다보니
더이상 기술발전이 안된다"며 "중소업체들은 생산을 전담하고 대기업들은
보유한 영업망을 통해 판매에 주력하는 분업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재산업은 전형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업종이다.
비누나 자동차같은 소비재처럼 일정한 사양이 있는게 아니라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기능을 일일히 맞춰서 납품하는게 특징이다.
그만큼 주수요자인 대기업과 주공급자인 중소기업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국내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이제는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는 신뢰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적인 협력관계에서 질적인 협력관계로의 전환
<>대기업에 대한 종속관계를 느슨하게 하면서도 동반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분업시스템의 구축 <>대기업에 인센티브 등을 부여해 장기적인
양자 협력체계의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게 서원장의 주장이다.
기계공업진흥회 양정환 조사연구실장은 "대학과 기업간에도 서로 도울 수
있는 길이 많다"고 지적한다.
업체가 생산한 자사 기계를 대학교 등에 실습기자재로 납품하면 대학이
이를 사용해보고 검증해 기술적인 취약점을 보강해주는 양자간의 모범적인
산학연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어느때보다도 기업간의 공동기술개발 노력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이영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
까칠까칠한 느낌의 다른 제품에 비해 그가 만든 짚신은 매끄럽기가 이를데
없어 날개돋힌 듯 팔렸다.
자연히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임종이 다가와서야 그는 아들에게 비법을 전수하려 했지만 그만 힘이
부쳐 숨을 거뒀고 명품을 만드는 기술은 영영 대가 끊어지고 말았다"
기술전수에 유난히 인색했던 우리나라 장인들을 꼬집을 때마다 거론되는
얘기다.
고려청자에서나 찾아볼만한 옛이야기 같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비슷한 사례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기업과 수요기업 사이의 산.산협력 그리고
기업과 대학, 연구소간의 산.학협력이 강조되는 자본재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국내 자본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업간의 공동기술개발과
부품공용화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간의 판매와 생산의 분업화가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선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원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먼저 공동기술개발.중장비업계는 90년대 들어 주요부품의 공동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성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메이커들 사이에서 경쟁은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기능에서 전력하고
단위부품은 표준화해 공동으로 개발, 생산한다면 전체적인 업계의 기술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무도 공동개발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이유는 한결같다.
자사의 기술이나 판매정보가 누출돼서 안된다는 것이다.
김재복 기아중공업 사장은 "부품공용화가 판매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기본적인 부품마저 공동개발을 못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인 신뢰감이 없기 때문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사장은 "대기업은 대기업끼리 독자적인 기술개발만 강조하고 중소기업은
또 대기업을 못믿어 기술개발 뿐만아니라 독자브랜드를 가지고 판매영업까지
뛰어들겠다고 한다면 업계의 전문화는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돈독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 구로동의 A엔지니어링.중장비의 부품을 생산,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회사의 B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제품이 호평을 받자 납품을 받던 C기업이 최근 직접
생산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지금까지 잘 납품받던 대기업이 장사가 될만하니까 갑자기 생산까지
하겠다고 나서니 대책이 막막합니다.
지금까지 대기업을 믿고 생산에만 전념하던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고
삽니까"
B사장의 하소연이다.
대.중소기업간의 협력부재는 전문 생산업체가 기술개발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판매나 영업 애프터서비스 등 과외일에도 신경써야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독립한 사람들이 많다.
뛰어난 기술력은 가졌지만 기술개발에서부터 영업까지 모두를 해결하다보니
더이상 기술발전이 안된다"며 "중소업체들은 생산을 전담하고 대기업들은
보유한 영업망을 통해 판매에 주력하는 분업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재산업은 전형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업종이다.
비누나 자동차같은 소비재처럼 일정한 사양이 있는게 아니라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기능을 일일히 맞춰서 납품하는게 특징이다.
그만큼 주수요자인 대기업과 주공급자인 중소기업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국내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이제는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는 신뢰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적인 협력관계에서 질적인 협력관계로의 전환
<>대기업에 대한 종속관계를 느슨하게 하면서도 동반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분업시스템의 구축 <>대기업에 인센티브 등을 부여해 장기적인
양자 협력체계의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게 서원장의 주장이다.
기계공업진흥회 양정환 조사연구실장은 "대학과 기업간에도 서로 도울 수
있는 길이 많다"고 지적한다.
업체가 생산한 자사 기계를 대학교 등에 실습기자재로 납품하면 대학이
이를 사용해보고 검증해 기술적인 취약점을 보강해주는 양자간의 모범적인
산학연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어느때보다도 기업간의 공동기술개발 노력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이영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