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의 자동차시장개방을 놓고
지난 8월에 이어 2차 협의에 들어간다.

11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양측 대좌는 어디까지나 실무협의인 만큼
구체적인 결론이 나올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미국의 슈퍼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및관행지정을 앞둔
시점이어서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번 서울협의에 참석했던 통산부 관계자의 표현을 빌면 "(미국측은)
이번엔 그냥 넘어갈 것같지않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이번 워싱턴협의에서 "이달말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
(PFCP)리스트를 작성할때 한국을 포함시킬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지만 우리정부는 당장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마땅한 카드를
갖고있지 않다.

더욱이최근들어 기아사태로 우리 자동차산업의 처지가 어려워지면서
한.미 양측의 입장은과거보다 오히려 뒤틀리는 분위기다.

<> 양측의 쟁점

미국측은 지난번 서울 협의를 마치고 "전적으로 실망했다(totalliy
disappointed)"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성의를 표시했다는 우리측의 시각과는 한참
동어떨어진 것이다.

미국은 수입차(승용차)관세를 미국수준인 2.5%로 내리고 배기량이
커질수록 세금이 누진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의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 조치라야 한국의 시장개방의지를 인정해줄수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국측은 우리 관세(8%)수준이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10%에도 못미친다는 것과 미국의 상용차 세율이 무려 25%라는 점을
들어 "불공정"이라는 미국측의 주장을 일축한다.

<> 미국의 시각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국이면서 세계4위의 수출국이다.

연간1백20만대를 밖에 내다 파는 자동차 대국의 수입차점유율이 1%에도
못미친다.

이는 어떤 이유로도 한국시장이 분명히 폐쇄성적이고 한국의 교역정책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이 미국측의 기본입장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나라 안팎에서 생산능력을
경쟁적으로 늘이는 한편 한국업체끼리 벌이는 과당경쟁은 결과적으로
세계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미국측의 판단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조선 전자 철강등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미국이나
유럽으로선 자동차 또한 같은 전철을 밟고있다고 보는 것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아사태로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과는 판이한
시각이다.

미국과 한국은 근본적인 시각이 이처럼 다르다.

지난번 협의에서 수입통계기준, 수입차에 대한 저당권설정문제,
안전도검사 등 몇가지 사안에 대해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미국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근본적이고 가시적인 해결을 요구하고있는
것이다.

미국정부의 요구는 빅3 즉,GM 포드 크라이슬러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미교역적자국"이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먹혀들지않는
것도 빅3의시각이 바로 미국정부의 입장이기때문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정부는 한국과의 정치적인 관계등을 감안,
유연성을 보여왔으나 지난 8월 서울협의를 고비로 업계와 보조를 맞추기로
작심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빅3로선 한국시장은 지나칠수없는 큰 시장인데도 연간 판매대수가
1만대에도미치지 못한다.

통산부는 "이제 미국업계의 압박에 미국정부가 동조하지 않을수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있다.

<> 미국의 예상되는 조치와 한국의 대응

통산부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9월 의회에다 우선협상대상국및
대상관행을 지정할때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포함시킬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워싱턴협의에서 미국이 관세인하등 미국의 요구를들어줄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지난 80년대 한국의 대미흑자 전체를 문제삼던 미국이
이제 한국의 대미적자를 감안해주지 않고 오로지 빅3의 시각만으로 자동차
시장개방압력을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정부가 301조를 발동하면 이 문제는 그동안의 임의협의에서 공식
양자 협상으로 상황이 바뀌게된다.

301조 발동이후 1년내지 1년6개월동안 집중협상에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미국은 보복관세등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 틀림없다.

우리 측은 이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식으로 맞받아칠
방침이다.

우리측은 미국의 공세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한편 이런 과정에서 미국차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자동차시장개방문제는 미국의 공세와 우리의 시간벌기식
대응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동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