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의 "황금손" 조지 소로스가 세계곡물시장에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동남아국가들로부터 최근 금융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소로스가 아르헨티나에서 대규모 농장을 매입, 농업투자
에 나서고 있다는 것.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따르면 소로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퀀텀펀드를 통해 아르헨티나 농축산물생산업체인 크레슈드사의 주식 27%를
매입, 최대 주주로 떠오르며 "농사꾼"으로 변신했다.

테드 체슨 ING베어링 투자분석가는 "소로스가 이처럼 농업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앞으로 국제곡물및 쇠고기가격이 급등하리라는 전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농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줄어들고 있고 농축산물수출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농산물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오르리라는 분석도 한 몫한 셈.

소로스는 기회있을때마다 "금융시장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실물경제, 특히
새로 부상하는 시장에 더 큰 수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농업투자도 그의 장기적인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소로스가 농업투자를 통해 노리는 시장은 아시아.

조만간 농산물의 대규모 소비처로 떠오르리라는 판단에서다.

세계적인 환경감시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 97년 보고서도 소로스의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는 땅이 좁은데다 경작면적이 급격히 줄어
2020년에는 거의 모든 나라의 식량수입 의존도가 적정수준인 20%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1인당 경작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소장은 "경작면적은 줄어드는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개도국들의 식량소비는 급증하고 있어 조만간 식량위기사태가 닥칠
것"으로 전망해 소로스의 손을 들어줬다.

소로스가 아르헨티나를 아시아시장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투자환경 때문.

아르헨티나정부는 최근들어 수출세를 대폭 인하하는 한편 도로 통신등
인프라구축에도 많은 돈을 쏟아붓어 농업투자환경을 크게 개선시켰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땅값이 최근들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미국 유럽
등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싸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소로스의 농업투자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적인 기업들도 "소로스 따라하기"
에 나서고 있다.

최대 곡물메이저 카길사는 최근 2억달러를 투자, 아르헨티나에서 콩생산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세계적인 의류업체인 이탈리아 베네통도 미국 델라웨어주보다 규모가 훨씬
큰 농장을 매입, 목양사업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케이블방송등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농업으로 선회한 현지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언론재벌 에듀아도르 유네키안은 케이블방송의 매각대금 4천만달러로
대규모 목화재배지를 사들였다.

소로스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로스는 아직 곡물시장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소로스가 기침을 하면 그의 투기대상이 몸살을
앓아왔던 전력을 들춰 향후 세계곡물시장도 머지않아 소로스의 손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향후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