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강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예컨대 실직, 가족의 죽음, 재산탕진, 고부간의 갈등 등으로 우울증이
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성 우울증"은 순수한 의미의 우울증이 아니다.

이런 생활사건에서 오는 쇼크로 우울해지는 것은 당연하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울증치료가 필요할 정도까지 발전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며
별이유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 우울증은 성격이 원래 우울하거나 지나치게 꼼꼼하고 내성적이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경우도 있지만 평소 활달하고
명랑한 사람에게도 올수 있다.

기본적인 성격탓으로 우울증이 생긴다기보다는 우울증으로 인해 본래의
성격까지 우울한 경향을 띠었다고 단정짓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한편 정신과에서 쓰는 약은 무조건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있으며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습관성이 없으며
자살목적으로 다량 복용하지 않는한 다른 정신병약과 달리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이 드물다.

보통 정신과 치료는 상담이 약보다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또한 잘못된 것으로 상담은 어디까지나 약물치료의 부수적 역할을
할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