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민정계의 두 중심축인 김윤환 이한동 고문과 무소속 박태준
의원이 최근 일본도쿄에서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회동배경과
대화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고문은 지난달 30일 박의원과, 2일에는 김고문과 각각 단독회동을 갖고
정국전반에 대해 논의했다고 일본 방문길을 동행했던 한 측근인사가 4일
전했다.

또 김고문과 박의원이 직접 만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최근들어
측근들의 왕래가 적지않은 점에 비춰 상당한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접촉은 이회창 대표의 대통합정치선언과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파문 등 당내의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는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고문은 출국전 "내각제 검토" "신정치세력 형성"을 주창하면서 신정치
세력의 연대대상으로 김고문과 박의원 이수성 고문 자민련 김종필 총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고문은 이번 "도쿄회동"을 통해 내각제를 고리로 여야를 포괄하는
신정치세력 결집을 시도, "보수대연합"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수 있다.

특히 이들 세사람은 모두 내각제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갖고 있어 자민련
김총재와 연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한편으로 이대표의 대통합정치론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도 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대표의 후견인격인 김고문이 이대표를 대신해 이고문과 박의원 "포섭"에
나서 큰 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 세중진, 특히 김고문과 이고문은 이대표체제에
협력하는 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추석연휴뒤 여론변화에 따라
범보수세력을 결집해 정계개편을 통한 보수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단행된 이대표 보좌진 개편에서 강재섭 총무가 대표정치특보로, 윤원중
의원이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되는 등 김고문계가 중용된 것도 김고문이
"모종의 제안"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고문세력의 전진배치와 함께 김고문이 뒤에서 "정치조언자" 역할을
맡는다는 역할분담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고문이 전면에 나설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고문이 대표직을 맡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고문의 한 측근은 "이고문이 경선이후 이대표에 대한 앙금을 완전히
털어버리지는 못했지만 역할이 주어진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할수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여권 대표주자 3인의 귀국후 행보가 주목된다.

<손상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