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등을 돌리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는 달러화 유출로 이어지며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어
외국인자금의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선 채권시장 개방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8월중 9백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월중으로 순매도를 나타낸 것은 지난 4월(1천4백47억원)이후
4개월만에 처음이다.

외국인들은 9월 첫날인 1일에도 2백87억원어치를 사고 4백89억원어치를 팔아
2백2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13.17포인트 떨어져 7일 연속
하락하며 682.20으로 밀렸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것은 <>환율이 달러당 900원선을 넘어서
환차손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동남아시아 증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외국인의 환매요구로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대형펀드들이 주식매도에 나선
데다 <>기아그룹문제가 장기화되면서 30대그룹의 자금악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증권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옥성 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환불안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매도종목이
은행.반도체주와 한국전력 등 일부 종목에서 중저가 우량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증시를 지지해오던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되는한 종합주가지수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남우 동방페레그린 이사도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의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외국인들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내다 팔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세는 일본은행이 한국계은행에 대한 외화
대출금을 회수하는 9월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증권사 서울지점장은 "주식시장은 사실상 완전개방된
반면 채권시장 개방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경우
대체투자수단이 없다"며 "주식을 판 외국자금이 곧바로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주식투자 대기자금으로 남을수 있도록 채권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