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9월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에는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세계 금융가의 큰손이 파운드화를 대량 매각, 화폐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파운드화의 안정을 위해 즉시 수백억달러를 외환시장에
풀었다.

그러나 파운드화의 급락은 지속됐으며 뱅크 오브 잉글랜드는 1주일만에
백기를 들었다.

영국정부를 상대로 과감한 외환전쟁을 시작, 승리를 낚아낸 장본인이 바로
조지 소로스다.

그는 영국과 독일의 경제상황을 엄밀히 분석, 파운드화를 매각하고
마르크화를 사모은 것이다.

짧은 순간에 소로스가 벌어들인 돈은 10억달러.

그의 명성은 최근 동남아 금융위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시작된 동남아 금융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총리가 직접 나서 소로스를 환투기의 주범으로
비난할 정도이다.

게다가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제금융기관들이 시장개입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안정되지 않던 금융혼란이 "동남아시장은 곧 안정될 것"이란
그의 한마디로 한때 잠잠해지기도 했었다.

다른 외환 거래업자들이 그의 분석과 함께 환투기에서 손을 뗀 결과인
듯하다.

얼마전부터 우리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폭락세를 지속하자 소로스의 개입
가능성을 점치는 얘기들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의 영향력
을 말해주는 것이다.

동남아 통화보다 달러에 대한 환율낙폭이 작은 한국시장에 군침을 삼킬만
하다는 분석을 깔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마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그의 독특한 투자전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착각"에서 먼저 벗어나는 사람이 돈을 번다고 믿고 있다.

다시말해 "일반 투자자와 같은 시기에 마차에 타더라도 다른 투자자들이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기 전에 먼저 마차에서 내린다"는게
소로스식 투자전략의 핵심이다.

공격적 투자전략도 눈여겨볼 점이다.

그는 지난 69년 퀀텀펀드를 설립, 뛰어난 정보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
으로 외환 증시 상품선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돈벌이가 되면 어떤 상품
이든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올렸다.

지난 27년간 퀀텀펀드의 연간 평균수익률은 35%, 92년과 93년에는 60%가
넘는 경이적인 수익을 올렸다.

기발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투자자들을 혼란시키는 방법도 그가 즐겨 사용
하는 투자전략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팔리고 있는 7백~8백여종의 파생금융상품중 절반정도가
퀀텀펀드그룹이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 어떤 투자전략보다 큰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의
"명성"이라고 분석한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소로스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소로스
따라하기"에 주저없이 나서고 있어서다.

물론 소로스도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87년 블랙먼데이 당시 7억달러를 잃었으며 95년초에는 환율게임을
벌이다 큰 돈을 날리기도 했다.

소로스는 그러나 지난해 6억달러의 수익을 올려 세계 제1의 금융투자자임을
재확인했다.

전세계에 금융시장의 자유화 물결이 거세질수록 소로스의 활동무대와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리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 약력 ]

<>193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생
<>1947년 영국 이민
<>1952년 런던 경제학대학원 졸업
<>1956년 미국 이민
<>1969년 퀀텀펀드 설립
<>1979년 소로스재단 설립
<>현재 퀀텀펀드 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