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통상마찰이라면 우리기업이 미국등 외국으로부터 제소당해 야기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국내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기업들이 외국업체를 덤핑혐의로 제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요즘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미국에서 국내업체가 덤핑제소당했을 때는 그쪽 로펌을 썼지만 반대로
국내업체가 외국업체들을 제소할 때는 우리기업은 물론 제소당한
외국기업들도 국내로펌들을 쓰게 마련이다.

이는 곧 우리 통상변호사들의 역할과 영역이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90년5월 효성그룹계열인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미국 일본 독일의
폴리아세탈수지를 덤핑혐의로 제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듀폰 등 막강한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과연 어떤 결과가 날지 관심거리였다.

피제소자인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아사히케미컬이 김&장에 의뢰, 아사히를
김용갑 오영균변호사, 듀퐁은 조대연 박병무변호사가 각각 맡았다.

독일의 훽스트의 미국자회사인 훽스트셀라니스는 김찬진 김형진
변호사(당시 CJ인터내셔널(구동서법무법인))가 담당했다.

제소자인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태평양을 내세워 치열하게 공세를
폈는데 이정훈 손경한(현법무법인 아람)서동우 변호사가 일을 맡았다.

재무부는 4%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 제소자의 손을 들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거대기업을 상대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세율이 미미한데다 환율변동때문에 이들 다국적기업은 반덤핑관세를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익없이 정치적 결론만 낚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제도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기록된다.

지난해 1월 한국포리올이 미국 유니온카바이드와 다우케미컬의
에탄올아민(계면활성제원료)을 덤핑제소한 것도 역시 거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판승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제소자인 한국포리올측으로 삼정의 윤영각(미국변호사) 양장환 변호사,
박준범 회계사가 한 팀이 됐고 피제소자측에서는 김, 신&유(김신유종합법률
사무소)의 이재기 하석원 변호사가 맡았다.

무역위원회의 산업피해긍정 예비판정(6월),재경원의 잠정덤핑방지관세(4개
월간 5.36%~36.15%)부과(7월)를 거쳐 8월말 덤핑률이 최종결정됐다(96년7월
부터 5년간 20.07%~33.84%).

9월 무역위원회에서 산업피해긍정 최종판정을 냈고 이에대해 피제소자측이
수출가격을 인상키로 해 사건이 종결됐다.

그후 이에 고무된 국내업체들의 덤핑피해제소가 잇달았다.

우림전자가 세계유명전기면도기업체들을 덤핑제소한 것도 주목받았다.

작년6월 일본의 마쓰시다, 독일의 브라운, 네덜란드의 필립스, 그리고
이들의 중국자회사들을 상대로 제소한 것.

제소자인 우림전자는 세종(김두식 이창원 변호사, 정인화 회계사)을
내세웠고 피제소자측을 김&장(조대연 변호사-필립스, 박병무 변호사-브라운,
김용갑 변호사-마쓰시다)이 맡았다.

3날면도기는 산업피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1날, 2날면도기는
덤핑마진을 최종결정하기 직전 피제소자측이 가격인상을 제의, 재경원이
이를 받아들이고 종결됐다.

산업피해조사문제는 덤핑사건보다 단순하지만 포괄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을 요한다.

한국자전거공업협회가 대만자전거수출협회 등 45개업체의 일반용자전거및
부품에 대해 지난1월 산업피해조사를 신청한 것이 대표적.

대만측을 대리해서 한미합동의 이은재 변호사가 나섰고 제소자측으로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김형진 변호사가 맡았다.

핵심논점은 "동종물품"(like product)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는
문제.

무역위원회는 차체.포오크의 수입증가로 이 물품을 생산하는 국내산업의
피해를 인정했으나 일반용 자전거부품중 허브.프리휠 브레이크 안장
페달.기어크랭크 등은 피해부정판정을 내렸다.

산업피해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긴급관세(safeguard)대신
조정관세부과로 결정됐다.

WTO(세계무역기구)이후 이같은 덤핑케이스외에 정부간 통상협상은
더욱 복잡 미묘해지고 있다.

그만큼 통상변호사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그들의 활동 또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채자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