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외국인을 많이 만나는데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마땅찮았어요.
우리나라는 볼 것도 별로 없고 사람들이 불친절한데다 웃음까지 인색하다는
거예요. 국보1호 숭례문 앞에서 사진도 못찍는 형편이니 다시 오기 싫다고
해도 할말이 없어요"

"관광과 나라얼굴"(형설출판사)을 펴낸 한양대 김홍운교수(63.관광학)는
"우리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리는게 급선무"라며 "자기것 귀한 줄 모르고
밖으로만 나도는 내국인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의 뿌리를 찾아 전국을 누벼온 그는 "잘 생기고 인정있고 집안내력이
독특한" 한국의 얼굴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냥 "설악산이 좋다"는 식이 아니라 왜 좋은지, 거기서 보고 즐기고
배울 것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줘야죠. 놀면서 자연스레 공부도 할수 있는
"문화관광의 교사"가 필요합니다"

이책은 풍광과 역사문화 민속관광등 3개 분야로 구성됐으며 민속관광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돼 있다.

"같은 산을 보더라도 옛사람들의 자연.풍수관과 현대인들의 감흥에는
차이가 있지요. 역사유적도 보는 각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구요. 민속놀이
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수 있습니다"

그는 "단순한 유람보다 민속문화가 접목된 관광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외형과 내면을 함께 보는게 진짜 관광"이라고 강조했다.

"백마강이나 낙화암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사람은 많아도 구드래나루에
얽힌 얘기를 아는 사람은 드물더군요"

부여 구드래나루는 백제유민들이 배를 타고 금강을 내려갈 때 지나던 물목.

일본에 닿은 유민들이 자신들의 출발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구드래"가
"구다라"로 변했고, 이는 곧 백제를 가리키는 일본어로 굳어졌다는 것.

전남 영암지역이 일본학생들의 단골 수학여행지인 것도 일본에 한자를
전해준 왕인박사의 사당이 이곳에 있기 때문.

그러나 이 또한 우리들의 관심에서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한강의 아름다움도 모르는게 많지요. 해빙기에 워커힐 주변에서 보면
한강물이 두가지 빛깔을 띠고 있어요. 팔당에서 흘러오는 물에는 살얼음이
얹혀 있고 구리지역에서 오는 물은 녹은 상태여서 그렇습니다"

얼음 풀리는 봄 강변의 정취와 미묘한 물빛의 변화에서 인생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세속도시의 오염 때문에 강물의 색깔이 바뀌는 모습에서 환경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지리학과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계룡산 국립공원의
오누이탑 등 "계룡8경"과 충주호 주변의 "충주9경"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전래민속과 지명유래 등을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을 펴낼 계획이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