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 환리스크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대책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폭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자 각 기업들은
장기 외화부채는 물론 무역거래에 따른 단기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대그룹들의 경우 단기처방만으로는 환리스크 방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그룹차원의 장기적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룹 종합조정실을 통해 계열사별 환위험정도의 체크에
나섰다.

종조실의 한 관계자는 환율 급등락 현상이 되풀이됨에 따라 환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의 경우 회장실에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계열사의 환위험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진국 금융위험 관리기법인 VaR(Value at Risk)기법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LG는 환율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잠재
손실액을 과학적으로 추정,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LG회장실 문석빈해외사업팀장은 VaR의 몇배에 해당하는 자산을 위험
방지용으로 별도로 비축하는 방식으로 환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그룹은 (주)대우 외환부에서 계열사별 건별(파일별)로 환리스크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주)대우는 계열사와 시차없이 환관련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첨단
전산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또 최근처럼 환율이 급등할 때는 외환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네고 및
대금결제시점을 결정토록 지시했다.

삼성물산은 사내선물환제도를 마련하고 이종통화를 통한 거래의 경우
환위험을 1백% 헤지한다는 원칙 아래 원가를 산정할 때부터 환헤지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팀내 금융센터를 두고 내부적으로 선물환 환율을 고시
하는 등 각 부서의 환관리를 금융팀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의 경우 선물환시장 등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제대로
환리스크를 헤지할 수 없다고 보고 최근에는 네고를 늦게하고 달러결제를
조기에 하는 방법으로 무역거래에 따른 환위험노출에 대응하고 있다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밖에 (주)선경이 지난해 7월부터 사내 선물환제도를 도입해 사내
외환포지션을 통합관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종합상사는 거래 초기단계에서
선물환투자 등을 통해 원가를 확정짓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익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