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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민불황' 풍속도] (3) '집들이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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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쇄업체인 H사에 다니는 이신길씨(30)는 결혼한지 세달 밖에 안된 신혼.

    그렇지만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을 저녁에 초대하는 "집들이"를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돈이 너무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네 직장 풍속도의 대표적인 통과의례의 하나인 집들이.

    결혼 돐 생일 등에 맞춰 친지를 초대, 덕담을 주고 받으며 우의를 다지는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봉급생활자들에게만 국한되는게 아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 친구너무 짜네"라는 비웃음도 받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불황의 그림자가 워낙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들이를 안해도 자린고비라며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이씨는 사실 집들이를 하지 않아 2백만원 정도의 돈을 절약할수 있었다.

    꼼꼼히 조사해 본 결과 집들이를 하기 위해선 1인당 4만원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생선회와 갈비, 거기다 양주 술안주 등을 계산하면 이정도 먹힌다.

    직장 동료 직계가족 처가집 식구, 고교 대학 동창생들을 부르면 아무리
    못들어도 2백만원이 들어간다는 것.

    그는 "집들이를 하지 않고 소형 승용차를 샀다"는 선배들의 얘기가 거짓이
    아님을 최근 깨닫게 됐다고 실토한다.

    이처럼 집들이를 안하는 건 돈을 아끼기 위한 "내핍의 논리"가 작용한게
    분명하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면 번거로운게 흠이지만 동료들과의 유대를 강화
    하는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하지만 불황이다 부도방지협약이다 들리는건 어두운 소식뿐입니다.

    이런 마당에 가계에 주름을 줄수 있는 과다한 경비를 어떻게 지출합니까"

    최근 대기업에서 전자 부품업체인 P사로 옮긴 최명식 부장(45)의 얘기는
    절실하다.

    그의 처지에서 집들이는 사람을 사귀는 좋은기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포기한 것이다.

    집들이가 사라지면서 아파트 단지 상가나 백화점의 해산물코너의 매장도
    줄고 있다.

    서울 성동구 응봉동 현대아파트앞 해산물코너의 이미옥씨는 "주말에 생선회
    나 매운탕용 메뉴를 주문하는게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 슈퍼마켓에서도 주말 판매가 신통치 않은 이유를 집들이 감소로
    꼽았다.

    최근에는 호텔이 아닌 값싼 부페 등 음식점으로 친지들을 초대하는
    "바깥들이"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래서 이들 음식점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참치집을 경영하는 김모씨는 "평균 한달에 서너번은
    신혼부부가 직장 선배 동료를 초대해 저녁을 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기아 등
    대형 기업의 침몰소식이 들리는 요즘은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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