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진정한 화폐도안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950년 한국은행이
설립된후 독자적으로 현대적인 형태의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50년 7월 최초로 발행된 한국은행권 지폐의 앞면 소재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상은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기까지 10여년간 거의 모든
지폐의 도안소재로 사용됐는데 우리나라에서 화폐의 도안 소재로 생존인물이
등장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유일한 경우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 이외의 인물상으로는 1958년 발행된 50환권의 뒷면
소재로 이순신 장군(앞면은 독립문)이 사용됐을 뿐이다.

1950년대에 사용된 도안소재중 인물상 이외의 것에는 광화문 파고다공원
남대문 해금강 총석정 독립문 거북선 등이 있다.

4.19혁명이후 1960년에 발행된 1천환권부터 과거의 역사적 인물을 앞면
도안의 주소재로 채택했는데 세종대왕 초상은 그때 처음으로 선택된 이래
35년이 넘게 우리나라 화폐의 주된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세종대왕상 이외의 인물상으로는 1962년 발행된 1백환권에 있는
모자상이 있었을 뿐이다.

한편 1962년 통화개혁 이후 발행된 원단위의 지폐는 시기적으로 촉박한
일정 등으로 인해 모두 건축물이나 자연경관 등 인물상 이외의 소재를
채택했으며 일부 저액권의 경우에는 금액표시와 문양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에 쓰인 앞면 도안의 소재는 남대문 독립문 해금강 총석정 경회루
첨성대 거북선 파고다공원 등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폐의 액면및 도안체계가 자리잡힌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선 이후다.

1972년 최초로 발행된 5천원권의 앞면 소재는 율곡 이이의 초상이었지만
뒷면에는 현재의 오죽헌이 아닌 한국은행 본관 건물이 그려져 있었다.

이듬해인 1973년 발행된 1만원권의 최초 발행시에도 앞면 도안은 세종대왕
이었지만 뒷면은 현재의 경회루가 아닌 경복궁 근정전이었다.

한편 1976년 발행된 1천원권의 앞면 소재인 퇴계 이황과 뒷면 소재인
도산서원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들 지폐에 사용된 도안의 특징으로는 과거와는 달리 앞면 소재에 선택된
인물과 연관된 건축물을 뒷면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화는 1959년에 최초로 발행됐는데 당시 1백환에는 이승만대통령, 50환에는
거북선, 10환에는 무궁화가 앞면 도안의 소재로 사용됐으며 뒷면에는 1백환에
사용된 봉황무늬를 제외하고는 단순히 액면만 표기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주화는 1966년에 발행된 1원 동전부터 1982년에
발행된 5백원 동전까지다.

이들 주화의 도안 소재로는 앞면에 무궁화(1원) 거북선(5원) 다보탑(10원)
벼이삭(50원) 이순신 장군(1백원) 학(5백원)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뒷면에는
단순히 액면만 표시돼 있다.

여운선 <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