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봉인가"

한 국산 골프클럽메이커가 광고문안으로 내놓은 이 문구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일본의 한 골프잡지가 최근 한국골퍼의 "기형적" 일제클럽 선호에 대해
"한국골퍼=봉"이라는 투로 기사를 실어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용품계"라는 이 잡지 (6월호)는 한일간 골프클럽 수출입현황을
수치를 들어 기사화했지만 그 내용에 한국을 깔보는 듯한 뉘앙스가 깔려
있어 뜻있는 사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골프수출과열" 제하의 기사에서 이 잡지는 올해 1~3월중
일본 골프클럽을 수입한 나라가운데 한국이 7만6천6백89개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는 대만 (5만8천5백70개)이고 미국 (4만9천7백99개) 싱가포르
(1만5천9백59개) 순이다.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에 나온다.

일제클럽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한국골프에 대해 왜곡된 평가까지
하고 있다.

"한국은 유교사상에 영향받아 교육열이 높은 나라로 유명한데 최근
타이거 우즈의 활약에 자극받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골프를 배우게 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골프연습장이 학부모와 그 자녀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고액의 골프클럽과 라운드.레슨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부매춘과도 같은 행위를 일삼는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자녀들에게 골프를 시키려는 일부 부모들에 대해 치욕적인 내용을
추측해서 기사화하고 있는 것.

이같은 보도를 접한 국내 골프관계자들은 분노와 함께 착잡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할수있느냐" "한국골퍼들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런 말이 나오느냐" "일제클럽이 뭐길래" "간교한
상술이다"라는 반응과 함께 우리골퍼들의 일제선호의식을 나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광복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일제에 대한
분별없는 선호가 이같은 멸시를 자초했다는 지적들이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