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중국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약칭 15전대회)를 앞두고 한
교수가 장쩌민(강택민) 공산당총서기에 보낸 편지가 중국정가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편지의 주인공인 베이징(북경)대 경제학과 S교수는 장총서기에게 "정치
개혁 없이는 더 이상의 경제개혁도 없다"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성공을
위해서 정치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편지사건"은 15전대회 개최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지식인들과 전세계 언론들이 15전대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덩샤오핑
(등소평)사망 이후 열리는 첫번째 공산당의 공식회의인데다가 21세기 중국의
경제 사회분야의 밑그림을 엿볼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15전대회의 안건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중국당국이 오보투성이라고 비난하는 홍콩언론들과 인민일보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쏟아내는 기사를 통해 유추해볼 뿐이다.

그나마 15전대회 개최를 한달 앞두고 열린 베이다이허(북대하) 중앙공장
회의가 "대륙풍향"을 가늠할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정치 경제 사회등 모든 분야의 중대한 개혁을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15전대회 주요현안은 정치권력구조 개편과 인사 경제
사회분야들의 개혁방침을 정한다는 것이다.

경제분야 변화의 핵심은 국유기업의 "중국식 민영화" 계획.

이는 지난 78년 개혁개방경제를 도입한 이후 한단계 높은 제2의 시장경제
제도를 접목시키는 조치여서 15전대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인민일보는 최근 15전대회 영접이라는 시리즈에서 "국가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일부 국유기업 주식을 노동자들에게 부분매각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노동자가 돈만 있으면 국유기업의 주식을 사 주주권을 행사할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한국의 우리사주제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에도 사회주의체제 고수라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사유화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공유화(사회주의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이다.

15전대회가 마련할 정치 사회의 민주화조치도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고위층은 최근 정치 경제 사회전반의 안정이 유지되고 홍콩주권이
순조롭게 이양된 점을 감안, 이번 회의에서 민주화조치를 단행하고 제한적인
분야에 한해 대회진행상황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당내 민주화 1단계 조치로 현금 행정단위 당서기의 선출을 해당지역
당원들의 자유의사에 맡길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당정관료선출을 둘러싼 당원들의 민주화 욕구를 더 이상 눌러둘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회의진행상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조(상임위원회격)토론과정을
국내외 언론에 공개하고 회의기간중 대변인이 진행과정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회의과정은 공개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결과를 발표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밖에 관심사는 중국공산당의 주석제 부활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리펑
(이붕) 국무원총리의 후임자 문제이다.

지난 82년 폐지된 중국공산당 주석제를 부활, 장쩌민총서기가 이 자리에
오를지의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석직이 신설될 경우 현재의 집단지도체제가 장쩌민 주도체제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누가 신임총리에 지명될 것인지의 여부와 함께 리펑총리가 어떤 예유를
받을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후임총리에 주릉지(주용기) 국무원총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번 15전대회를 과거(10월초)보다 10여일 이상 빠른 9월말
부터 시작한다.

중국인민들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민주화 요구와 사회주의체제의 유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지혜를 모우기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5전대회는 중국의 "21세기 통치이념이"이 확인되는 회의가 될 전망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