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승희씨 첫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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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승희(45)씨가 첫 창작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
(창작과비평사)을 내놓았다.
중견시인이 신춘문예 (94년 동아일보 단편소설)를 통해 소설가로
입문해서 화제를 모았던 그는 8편의 중단편을 모은 이번 작품집에서 시적
깊이와 산문으로서의 넓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의 화두는 "중력".
중력이란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
그가 말하는 중력은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한 개인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힘의 실체"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 중력이 없는 새 땅이라고 해서 흠 없는 미래가
시작될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소설속에는 "어느 땅에서나 비슷하게 되풀이될수 밖에 없는
역사의 상처"가 끊임없이 드러난다.
단편 "아나바스 스칸덴스"에서 시인으로 성공한 입양아 출신의 한국
여성 "카렌"과 한쪽 다리를 저는 "나"가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이같은
"아픔" 때문이다.
김승희 소설의 미덕은 "서로가 상처를 가졌다는 것보다 이를 통해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게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과정에 있다.
그의 중력은 타의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인력이 아니라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하향안정 이미지로 구현된다.
"뿌리있는 것은 결코 완전히 흔들리지 않는다"거나 "나무의 몸통처럼
나의 몸이 우뚝 서는 것같다" (산타페로 가는 사람)는 고백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미국 이민 1.5세의 아픔과 유색인종 차별문제를 다룬 "13월의
이야기"에서 "인간은 사회학적 중력의 억압과는 싸워야 하지만 반대로
존재론적 중력에는 어쩔수 없이 그리움으로 귀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의 소설을 시와 대비시켜 읽는 것도 흥미롭다.
브래지어를 싫어하는 중1년생 딸 얘기 "성 브래지어, 1994년 7월9일"은
"나 그토록 제도를 증오했건만/엄마는 제도다/나를 묶었던 그것으로 너를
묶다니"로 표현된 시 "제도"와 상통한다.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한 여성이 80년대의 충격속에서 방황했던 자기
존재 문제를 자살한 후배와 연계해 검증하는 "아마도"와 시 "아네모네꽃이
핀 날부터.3"도 산문과 운문의 교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아나바스 스칸덴스"에 등장하는 카렌의 시 "뜨개질 하는 사람"은
주인공의 내면을 가장 깊게 비춰주는 거울이자 소설을 끌고가는 결정적
모티프로 작용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
(창작과비평사)을 내놓았다.
중견시인이 신춘문예 (94년 동아일보 단편소설)를 통해 소설가로
입문해서 화제를 모았던 그는 8편의 중단편을 모은 이번 작품집에서 시적
깊이와 산문으로서의 넓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의 화두는 "중력".
중력이란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
그가 말하는 중력은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한 개인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힘의 실체"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 중력이 없는 새 땅이라고 해서 흠 없는 미래가
시작될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소설속에는 "어느 땅에서나 비슷하게 되풀이될수 밖에 없는
역사의 상처"가 끊임없이 드러난다.
단편 "아나바스 스칸덴스"에서 시인으로 성공한 입양아 출신의 한국
여성 "카렌"과 한쪽 다리를 저는 "나"가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이같은
"아픔" 때문이다.
김승희 소설의 미덕은 "서로가 상처를 가졌다는 것보다 이를 통해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게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과정에 있다.
그의 중력은 타의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인력이 아니라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하향안정 이미지로 구현된다.
"뿌리있는 것은 결코 완전히 흔들리지 않는다"거나 "나무의 몸통처럼
나의 몸이 우뚝 서는 것같다" (산타페로 가는 사람)는 고백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미국 이민 1.5세의 아픔과 유색인종 차별문제를 다룬 "13월의
이야기"에서 "인간은 사회학적 중력의 억압과는 싸워야 하지만 반대로
존재론적 중력에는 어쩔수 없이 그리움으로 귀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의 소설을 시와 대비시켜 읽는 것도 흥미롭다.
브래지어를 싫어하는 중1년생 딸 얘기 "성 브래지어, 1994년 7월9일"은
"나 그토록 제도를 증오했건만/엄마는 제도다/나를 묶었던 그것으로 너를
묶다니"로 표현된 시 "제도"와 상통한다.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한 여성이 80년대의 충격속에서 방황했던 자기
존재 문제를 자살한 후배와 연계해 검증하는 "아마도"와 시 "아네모네꽃이
핀 날부터.3"도 산문과 운문의 교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아나바스 스칸덴스"에 등장하는 카렌의 시 "뜨개질 하는 사람"은
주인공의 내면을 가장 깊게 비춰주는 거울이자 소설을 끌고가는 결정적
모티프로 작용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