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뛰어넘는 M&A가 급증하면서 다른 기업문화간 충돌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95년 손을 맞잡은 스웨덴 제약회사 파마시아와 미국 업존이 대표적인 예.

당초 양사가 합병을 선언하자 전세계 제약업계의 판도를 뒤바꾸리라는
전망이 쏟아졌었다.

미국시장에서의 영업거점을 확보하려는 파마시아와 세계 진출을 꾀하는
업존이 힘을 합치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판단에서다.

"파마시아&업존"의 항로는 그러나 생각만큼 순탄치 못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온 근원적인 차이가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선 회사이름을 놓고 양측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새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회사명은 결국
파마시아&업존이란 "짬뽕형"으로 결정됐다.

또 스웨덴 경영진은 미국측이 보너스랍시고 내놓은 "스톡옵션제"에 눈살을
찌푸렸다.

스웨덴의 무거운 과세 시스템에서 스톡옵션이 매력이 있을리가 없기 때문
이다.

반면 미국인들은 한달내내 휴가를 떠나는 유럽인들의 "이해 못할" 관습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영스타일의 차이였다.

진취와 모험정신을 내세운 미국측 경영진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스웨덴측 경영진은 사사건건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측이 강력히 밀어붙인 다운사이징은 유럽의 파트너들에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첫해에 4천명을 자르고 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자는 주장은 감원문화에
익숙지 않은 유럽인들에게 말그대로 "쇼크"였던 것이다.

갈등의 파장은 기대이하의 순익으로 나타났다.

합병의 첫번째 성적표인 97년 상반기의 주당순익이 40센트에 그친 것.

당초 최소 50센트는 너끈하리라던 예상에 크게 못미친 결과였다.

이에 대해 잔 에크버그 전 파마시아 회장은 "관건은 유럽인의 치밀한
전략과 미국인의 추진력을 조화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무엇보다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정확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충고한다.

국제화를 외치는 모든 기업들이 새겨들어야할 조언인 것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