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방경제'] (4) '뿌리째 흔들리는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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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8시30분 부산 신평지하철역 앞.
평소 같으면 공단근로자들이 역에서 몰려 나오는 시간이다.
그러나 지난주부터는 한산해졌다.
조업을 단축하거나 휴가를 앞당긴 기업들이 많아서다.
경기가 나빠진 것을 반영해 주고 있다.
한보 대동조선 태화쇼핑 기아로 이어지는 기업들의 잇단 좌초로 부산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다른 대도시보다 중소기업들이 많은 만큼 부도한파가 더 크다.
이번 기아사태의 충격파는 제일 먼저 1차 협력업체인 J사에 밀려 왔다.
이 회사는 기아 납품대금으로 받은 7억3천만원의 어음 가운데 3억3천만원을
할인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음교환 원재료 통관비 등으로 쓸 돈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D정밀 S기계 등도 은행이 4억원의 기아발행 어음을 거부하는 바람에 자금난
에 직면, 부산 중소기업청에 대책을 호소했다.
어음할인을 안해 준다고 비난 받는 금융기관들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지난달 16일 태화쇼핑 부도로 2천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기아의 부도유예 협약적용으로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또 묶이게
됐다.
부산 금융권의 기아대출 규모를 보면 어려움을 알수 있다.
LG종금 3천5백억원,한솔종금 1천8백억원,부산은행 9백30억원 등 무려
7천7백억원 규모다.
P은행의 한 지점장은 "은행 자체가 휘청거리는데 담보없는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의 은행지원이 절실하다"고
털어 놨다.
부산경제의 심장부인 신평 장림공단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선기자재 신발사업에 이어 기계금속 자동차부품산업마저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난 판매난 인력난이 얽혀 있다.
한보 계열사였던 대동조선의 부도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수산그룹이 대동조선을 인수했지만 부도 이전에 발생한 채권.채무 관계
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1억원이상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K사 박모상무는 "대기업들이 경쟁력 10%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납품단가를
무조건 10% 인하토록 요구해와 경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새 특화사업인 자동차부품업체들도 비상이 걸린 상태.
올들어 현대자동차 등이 조업을 단축,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탓이다.
신발업계의 사정은 더 딱하다.
"미국 나이키사가 신발 주문을 중단, 공장라인을 줄이고 있다. 다른 업종
으로 전환하자니 자금과 인력이 없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공장문을 닫을 수
밖에 없어 큰일이다"
S사 최모부장의 한탄이다.
부산지역 신발 매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했던 S사 D사 등이 올 연말까지 공장
라인을 대폭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영향으로 올 상반기 부산지역 신발업체들의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
신평 장림산업단지 관리공단은 올해 이지역의 생산.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두자리수이상 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평장림공단에 불어닥친 불황한파는 중견업체들까지 엄습하고 있다.
서일 등 8개사가 쓰러졌다.
종전 같으면 인수 업체가 나섰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강림기연 한국하이프레스 등 부산을 대표하는 굵직한 중소기업들마저
창원 진해 등으로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산업공동화 현상 마저 우려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주변 복덕방 중고기계상사 식당까지 불황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새로 공장을 돌릴 사람이 나서야 팔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 공장용지
매매는 커녕 임대도 몇달째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하구 신평동 S부동산 대표 정모(61)씨의 말이다.
불황을 반영하듯 공장들 인근에 위치한 상가와 술집도 전세 딱지가 곳곳에
붙어 있다.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들의 말을 들어보라. 그러면 부산경제가 어떤
지경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부산경제의 심각성을 이렇게 돌려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
*** 한마디 ***
강병중 < 부산 상의 회장 >
부산경제의 심각성은 높은 부도율이 웅변해 준다.
0.4%대에 머물렀던 부산지역의 어음부도율은 6월이후 0.74%까지 치솟았다.
이달에는 이보다 높아질게 확실하다.
향토업체인 태화쇼핑 부도에다 기아사태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어음부도율은 지난 80년7월의 0.89%이후 최고 수준이다.
부산은 지난해 말부터 화인건설 화신종합건설 로얄종합건설등 중견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미분양사태로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상공인 시민단체등이 힘을 합쳐 부산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아사태는 이런 부산경제에 치명상을 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경색이다.
중소기업들이 숨통을 틀수 있도록 다각적인 금융지원책을 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
평소 같으면 공단근로자들이 역에서 몰려 나오는 시간이다.
그러나 지난주부터는 한산해졌다.
조업을 단축하거나 휴가를 앞당긴 기업들이 많아서다.
경기가 나빠진 것을 반영해 주고 있다.
한보 대동조선 태화쇼핑 기아로 이어지는 기업들의 잇단 좌초로 부산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다른 대도시보다 중소기업들이 많은 만큼 부도한파가 더 크다.
이번 기아사태의 충격파는 제일 먼저 1차 협력업체인 J사에 밀려 왔다.
이 회사는 기아 납품대금으로 받은 7억3천만원의 어음 가운데 3억3천만원을
할인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음교환 원재료 통관비 등으로 쓸 돈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D정밀 S기계 등도 은행이 4억원의 기아발행 어음을 거부하는 바람에 자금난
에 직면, 부산 중소기업청에 대책을 호소했다.
어음할인을 안해 준다고 비난 받는 금융기관들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지난달 16일 태화쇼핑 부도로 2천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기아의 부도유예 협약적용으로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또 묶이게
됐다.
부산 금융권의 기아대출 규모를 보면 어려움을 알수 있다.
LG종금 3천5백억원,한솔종금 1천8백억원,부산은행 9백30억원 등 무려
7천7백억원 규모다.
P은행의 한 지점장은 "은행 자체가 휘청거리는데 담보없는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의 은행지원이 절실하다"고
털어 놨다.
부산경제의 심장부인 신평 장림공단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선기자재 신발사업에 이어 기계금속 자동차부품산업마저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난 판매난 인력난이 얽혀 있다.
한보 계열사였던 대동조선의 부도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수산그룹이 대동조선을 인수했지만 부도 이전에 발생한 채권.채무 관계
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1억원이상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K사 박모상무는 "대기업들이 경쟁력 10%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납품단가를
무조건 10% 인하토록 요구해와 경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새 특화사업인 자동차부품업체들도 비상이 걸린 상태.
올들어 현대자동차 등이 조업을 단축,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탓이다.
신발업계의 사정은 더 딱하다.
"미국 나이키사가 신발 주문을 중단, 공장라인을 줄이고 있다. 다른 업종
으로 전환하자니 자금과 인력이 없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공장문을 닫을 수
밖에 없어 큰일이다"
S사 최모부장의 한탄이다.
부산지역 신발 매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했던 S사 D사 등이 올 연말까지 공장
라인을 대폭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영향으로 올 상반기 부산지역 신발업체들의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
신평 장림산업단지 관리공단은 올해 이지역의 생산.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두자리수이상 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평장림공단에 불어닥친 불황한파는 중견업체들까지 엄습하고 있다.
서일 등 8개사가 쓰러졌다.
종전 같으면 인수 업체가 나섰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강림기연 한국하이프레스 등 부산을 대표하는 굵직한 중소기업들마저
창원 진해 등으로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산업공동화 현상 마저 우려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주변 복덕방 중고기계상사 식당까지 불황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새로 공장을 돌릴 사람이 나서야 팔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 공장용지
매매는 커녕 임대도 몇달째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하구 신평동 S부동산 대표 정모(61)씨의 말이다.
불황을 반영하듯 공장들 인근에 위치한 상가와 술집도 전세 딱지가 곳곳에
붙어 있다.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들의 말을 들어보라. 그러면 부산경제가 어떤
지경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부산경제의 심각성을 이렇게 돌려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
*** 한마디 ***
강병중 < 부산 상의 회장 >
부산경제의 심각성은 높은 부도율이 웅변해 준다.
0.4%대에 머물렀던 부산지역의 어음부도율은 6월이후 0.74%까지 치솟았다.
이달에는 이보다 높아질게 확실하다.
향토업체인 태화쇼핑 부도에다 기아사태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어음부도율은 지난 80년7월의 0.89%이후 최고 수준이다.
부산은 지난해 말부터 화인건설 화신종합건설 로얄종합건설등 중견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미분양사태로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상공인 시민단체등이 힘을 합쳐 부산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아사태는 이런 부산경제에 치명상을 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경색이다.
중소기업들이 숨통을 틀수 있도록 다각적인 금융지원책을 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