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입장이 드러났다.

협력업체 자금사정등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해 긴급운영자금은 지원하되
현경영진의 책임은 물어야겠다는 것이다.

또 이달중 자금관리단을 파견하겠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기아그룹의 경영.재무관리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
된다.

은행들은 물론 이같은 방안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호근 제일은행이사는 "오는 30일 채권단회의에서 추가논의를 거쳐야할
부분"이라고 일단 피해 나갔다.

그러나 22일 10개 채권은행장들이 교환한 의견을 종합해 보면 향후 처리
원칙은 명확하다.

우선 부도위기에 몰린 책임을 물어 김선홍회장을 비롯한 현경영진들의
퇴진이다.

그 수단은 경영권포기각서의 제출요구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같은 입장은 기아그룹 차기경영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야기되는 시점에
공식화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은행들은 당장의 자금지원보다는 기아그룹 정상화라는 큰 틀속에서 경영권
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같다.

당초 기아그룹의 자구프로그램에서 제외돼 있던 아시아자동차의 분할매각을
촉구하는데서도 이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은행들은 기아그룹부실의 원흉이나 다를 바없는 아시아자동차를 그룹내에
존속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기아가 자동차전문기업으로 회생하더라도 상용차메이커인
아시아자동차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나아가 이달중 1천6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아그룹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긴급자금이 적절한 용도에 사용되는지 여부와 자구계획의 이행을 점검한다
는 명목이다.

이는 은행들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은행관리체제의 양상을 띨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편으로 은행들이 아직 기아경영진의 공식퇴진요구를 유보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효과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여진다.

현경영진을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은행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자구이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임직원감축과 부동산매각의 구체적인 시한을 정해 달라고 한 것이
그렇다.

또 계열사및 임원들이 갖고있는 주식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은행들은 일단 현경영진의 책임한계를 명확히 해둠으로써 기아그룹
정상화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퇴진카드를 내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압박그물을 기아그룹이 어떤 식으로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