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면세점에서의 쇼핑은 런던 히드로공항을 이용하십시요. 외환거래로
인한 손해는 일체 없습니다"

올해 바캉스시즌을 앞두고 히드로공항 면세점이 이색적인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면세품 대금결제를 영국 파운드화가 아닌 다른 나라 화폐로 할 경우 당일
거래환율보다 유리하게 계산해 준다는 것.

예컨대 독일 관광객이 7파운드80펜스짜리 위스키 한 병을 사고 독일
마르크화로 결제를 요구하면 면세점측은 현재의 거래환율(파운드당
2.86마르크)이 아닌 파운드당 2.50마르크를 적용해 준다.

이에따라 이 관광객은 위스키 구입대금으로 19.50마르크만 내면 돼 결과적
으로 2.81마르크를 번 셈이다.

때문에 런던과 서유럽 주요도시를 자주 왕래하는 비즈니스맨들의 경우
히드로 면세점에서 마음만 먹으면 "횡재"도 할 수 있다.

위스키를 사고 2백마르크짜리 지폐를 내면 면세점 종업원은 울며겨자먹기로
잔금 72파운드20펜스를(파운드당 2.50마르크를 적용하면 2백마르크는
80파운드) 손님에게 건네 줘야 한다.

잔금을 시중환율로 환산하면 2백6마르크.

이 약삭빠른 고객은 한번 거래로 위스키 한 병과 6마르크를 더 받게 된 것.

히드로 면세점에서나 가능한 희한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히드로 면세점이 이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배경은 우선 파운드화가
워낙 강세이다보니 환율조정으로 충격을 최소화해 보자는 것이다.

또 관광객들에게 일종의 "디스카운트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서유럽
공항 면세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정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아무튼 "환율 전략"에 힘입어 바캉스시즌의 히드로공항 면세점은 관광객들
의 쇼핑물결로 북새통을 이룰게 분명하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