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살리기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시민 노동단체들이 기아살리기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데다 제3자 인수에
따른 반대여론이 확산돼 앞으로 기아사태의 향배에 주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국 70여개 시민단체들은 범국민적 차원에서 기아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기아살리기 범국민운동연합"(기범련)을 결성했다.

이 단체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YMCA 흥사단등 시민운동 단체들은
물론 홍일식 고려대총장, 박홍 전서강대총장, 안동일 변호사등 사회 저명
인사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기아차 사주기 운동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제일은행에
통장을 개설하자는 주거래은행 지원 캠페인까지 벌이기로 해 기아의 회생
노력에 적지 않은 "힘 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민주노총등 노동운동단체들도 기아를 무리하게 제3자 인수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및 채권금융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경실련의 경우 "금융권으로부터 갑작스레 자금을 회수당해 어려움을
맞은 기아에 대해 정부가 성급하게 제3자 인수설까지 흘려 사태가 악화됐다"
며 정부와 국민 모두가 기아살리기에 나설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특정 대기업의 회생을 위해 앞장을 서고 나선 것은
사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70년대말 미국 행정부 의회 국민들의 합작품인 "크라이슬러의 재기"가
한국에서도 재현되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김지길 공동체의식개혁 국민운동협의회(공개협)의장은 "국민기업
기아가 쓰러지면 국민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만큼 시민들의 여망에 따라
기아 살리기 운동에 나서게 됐다"며 "기아가 정상화될 때가지 가능한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기아 본사를 방문, "국민격려 서한"을 그룹 경영혁신기획
단에 전달해 임직원들의 힘을 돋궈주기도 했다.

기획단을 대표해 편지를 받은 박제혁 기아자동차 부사장은 "국민기업의
사명감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꼈다"며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회사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며 울먹였다.

노동단체들도 기아살리기 운동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 전남지역본부등 호남지역 4개 노동단체도 이날 "국민기업
기아그룹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정부
의 특별지원금 <>진성어음에 대한 조건없는 자금지원 <>채권금융단의 지원
등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날로 확산되는 기아살리기 운동의
열기가 기대이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룰러 이런 시민의 목소리가 기아의 앞날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추측도 없지 않다.

다시말해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시나리오 설이나 제3자 인수가능성을
딛고 기아가 회생의 돌파구를 여는 동기부여를 이런 국민적 캠페인이 해
줄것이란 얘기다.

때마침 21일부터는 기아자동차에 대한 포철의 강판공급이 재개되고 채권
은행들도 기아파장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마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기아의 앞날이 더욱 주목된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