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는 부도방지협약이 적용됐으나 하청업체엔 이 협약이
있으나마나다.

만기어음을 결제받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에서 진성어음도
할인받지 못해 하청업체들의 연쇄도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중소기업청 및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그룹 협력.하청업체들은 지난
15일 기아가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에 포함된 이후 수천억원대의 진성어음을
결제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소기업청이 기아그룹 협력업체 애로신고를 접수하기 시작한 18일
하룻동안 22개업체가 4백23억원의 피해신고를 냈다.

정부가 기아협력업체에 긴급지원한다며 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한도를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렸고 한국은행이 그동안 2조원가량을 방출했으나
기아그룹에 납품하고 있는 하청업체들은 사실상 전혀 지원을 받지못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특례보증요건이 까다로운데다 정부가 기본방침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시행요령 등이 정해지지 않아 은행창구에서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 스스로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 창구지원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용인군 소재 H브레이크공업은 49억3천5백만원의 진성어음과
24억9천7백만원의 외상매출채권을 할인 또는 결제받지 못해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중기청 애로센터에 신고했다.

경기도 시흥시 소재 B사도 80억9천6백만원의 진성어음을 할인하려했으나
은행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한편 은행감독원은 이날 기아그룹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은행들이 할인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채권은행단에 발송했다.

또 기아그룹에 대한 제1차 채권은행단 회의가 열리는 오는 30일까지 기아
정상화를 위한 긴급자금 제공규모를 결정토록 지시했다.

<조일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