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쇠잔해져가는 우리 정신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횃불을 올렸다.

바로 성천문화재단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옆 라이프오피스텔 13층의 이 재단에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갈고 닦으려는 지식인들의 열기로 뜨겁다.

"배우고 봉사하자"는 호학위공의 기치아래 "정신재무장"을 하고 있다.

동.서양의 고전을 탐구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 볼수 있는 예지를
기르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교육이자 평생교육의 장이다.

이 재단이 설립된 것은 지난 91년.

농민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온 서울대 명예교수 유달영(86)이사장이
설립자다.

그는 안산~신갈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부근에 1만5천여평의 산을 갖고
있었다.

60년부터 이 땅을 개간해 왔는데 인터체인지 부지로 편입돼 막대한
보상금을 받게 됐다.

유이사장은 이 돈을 갖고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중 이웃사촌인 구상
시인의 조언을 받았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우리나라 고전을 통해 지도자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하다 중단한 "민족의 도장"을 설립키로 마음먹은 것.

유이사장은 우리 고전에다 세계의 고전과 미래학까지 학문의 울타리를
넓혔다.

이에 따라 춘.추계로 나눠 5개월간 진행되는 성천문화재단에는 논어,
삼국유사, 칸트, 코란, 마태복음, 주역, 중용, 원효와 의상, 21세기
에콜로지 운동, 미래의 유전공학, 컴퓨터는 깡통이다 등 동.서양의 고전과
미래학 강좌가 모두 개설돼 있다.

이 강좌를 듣는 수강생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대다수다.

오수인 한화 상임고문, 윤병철 하나은행장, 홍병규 유한코락스 회장,
김영규 신한상호신용금고 회장, 최동욱 경남기업 부사장, 기세훈 (전
서울고등법원장) 변호사, 양재모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최평욱 (전
산림청장) 한국철도물류협회 이사장 등 각계 인사 1천여명이 망라돼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진 또한 국내 유명대학의 최고 석학들이다.

전 국민은행 감사를 지낸 안창식(61.서울대 법대졸)씨는 "고전은 옛날 위
대했던 사람들이 남긴 유산을 배우는 것이지만 오늘날과 미래에도 타당한
의미를 갖고 있어 삶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고 배움의 즐거움을 피력했다.

일제시대 우리나라 무교회주의 창시자 김교신 선생을 따라 항일운동을
하다 감옥생활을 하고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인 최용신과 함께
농촌운동을 벌이기도 한 유이사장.

그는 현대판 상록수의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학교육보다 성인교육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유이사장은 수료식때마다 수강생들의 이름 한자를 넣어
4자 고사성어를 만든 친필액자를 선사하며 "사람노릇 제대로 하며 살라"고
당부한다.

이러한 유이사장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수강생들은 동문회를
자체적으로 결성했다.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윤병철 하나은행장은 "동서고전을 사회지도자들이 다시 들음으로써
우리들의 정신적인 문화수준을 한층 성숙시켜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참석해 이 사회를 변화와 화합의
장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