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인득 명예회장 이후의 벽산그룹 후계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1년 장남 희철씨에게 그룹회장직을 물려주며 일선에서 퇴진했지만
주요 계열사의 주식 상당부분이 여전히 고 김회장의 소유로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명예회장 이후의 벽산 경영구도는 그룹회장인 장남이 중심이 된
3형제의 분할체제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자력공학 박사출신인 희철씨를 비롯한 3남이 모두 70년대초반부터 후반
사이에 그룹 경영에 참여해 충분한 경영수업과 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또 가부장적인 가풍이 짙은데다 장남 희철씨의 그룹장악력이 뛰어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동생들이 그룹회장(희철)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편이며 엘리베이트를 탈때 같이 동승을 피할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91년 고 김회장의 퇴임이후 그룹운영의 전권이 이들 3형제에게 넘어가
그룹회장단을 형성하고 있는 3형제에 의한 그룹운영체제가 이미 구축된
상태다.

장남인 희철씨는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동시에 (주)벽산이 주축이 된
건자재부문을 담당하고 차남인 희용씨는 동양물산등 기계부문을, 3남인
희근씨가 벽산건설을 중심으로한 건설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관계에서도 이같은 경영구도는 나타난다.

둘째 희용씨가 대표로 있는 동양물산의 경우 지난 4월 고 김회장이 희용씨
와 자녀 2명에게 주식을 추가로 증여,희용씨가 사실상 지배주주(9.23%)가
됐다.

또 셋째 희근씨가 대표인 벽산건설도 희근씨와 그 직계자족이 13.7%로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룹회장인 희철씨는 두 회사 모두에 2대 주주로 자리잡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그룹에서 최대지분을 확보, 그룹을 장악할수 있는 실질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이같이 대세론 가운데서도 고 김회장의 생전에 상속등을 통한 지분정리가
완전 이뤄지지 않은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고 김회장은 벽산건설 6.77%, 동양물산 3.25% 등 주요 계열사에서
3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의 주식을 3명의 아들이 골고루 갖고 있어 고
김회장의 지분양도가 후계구도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3형제간 경영구도가 장기간에 걸쳐 다져진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고 김회장이 생전에 3형제의 분할경영을 염두에 두고 손자들에게까지
세심한 배려를 통해 주식을 배분한 점을 감안할때 큰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