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기술연구원의 지난 5년은 우리나라에 새로운 장르의 기술문화를
정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기간이었습니다. 고등연은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이 모여 시스템기술을 연구하고 인력육성과 연구가 하나되는
교육.연구 공동체로서 자리매김했다고 자신합니다"

7일로 개원 5주년을 맞는 고등연의 임효빈(54)사장은 고등연의 출범이
하나의 "실험"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리고 그 실험이 일단은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조합원 전체의 이익에 부응하면서 연구는 물론 교육기능까지 수행한다는
설립정신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고 나아가 국내 민간연구조직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모범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느냐는 뜻이다.

고등연은 사실 그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창립멤버 10명에서 출발해 지금은 1만5천평의 연구공간에 20여개의
실험실과 5백여명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매년 50여건의 과제를
수행해 총 2천여건의 특허를 출원했지요. 조선용 용접로봇, 전계방출표시
장치, 플라즈마응용기술 등 일부분야는 질적으로도 세계와 어깨를 견줄
정도입니다"

기술경영인력의 육성에도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시스템공학과를 개설,석.박사인력을 키우고 대우그릅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한 특별과정도 운영하며 기술과 경영의 접목을 위한 다리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고등연의 성장은 "자율과 책임"이란 두가지 운영정신에 의해 뒷받침됐다.

연구과제의 결정에서 결과에 이르기까지 연구팀이 책임지도록 하는 등
자율을 강조함으로써 신바람 연구풍토의 토대를 쌓았다.

백화점식이 아니라 전문점식 연구소임을 강조, 남보다 더 잘할수 있는
분야에 주목했다.

그리고 기존 기술의 고도화에 치중했다.

"한물간 분야로 치부돼 버리는 산업속에서도 국가경쟁력을 키울수 있는
여지는 많습니다. 전통분야속에서 "기술의 니치"를 찾자는 것입니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시스템화해 실용성을 높이는게 고등연의 역할이지요"

임사장은 고등연의 미래를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 그렸다.

적어도 한분야에서 만큼은 "한국의 고등연을 찾아라"는 소리를 듣게
되기를 희망했다.

다른 연구소가 먼저 그런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모두가 나라발전과 인류발전에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몇개의 연구소는 빠른 시간내에 그런 소리를 들을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민간연구소에 대한 국가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특별법에는 민간을 포함한 국가의 기술역량을 총집결한다는
정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18조2항의 과학기술자포상 조항의 경우 포상대상
이 출연연구소 연구원과 교수로 한정돼 있습니다. 민간기술역량이 중요하다
고 하면서도 그 모양입니다. 소수를 위해 다수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과
다름 없어요"

민간연구소의 연구활동을 활성화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는게 임사장의
생각이다.

관련부처의 통합기술관리 역량을 높이고 최고통치자가 과학기술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준다면 된다는 것이다.

임사장은 이는 민간의 연구기능 활성화만이 아니라 나라의 전반적인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필요조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