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3일 고건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정치
개혁입법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김총재는 김광일 대통령 정치특보를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도 미리
문서로 준비한 국민회의의 정치개혁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김총재가
김대통령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김총재는 고총리에게 "대통령과 총리가 잘 얘기해 정부안을 내서 통과시켜야
한다" "총리와 대통령이 결심해서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해 김영삼 대통령
도의 정치개혁안을 수용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김총재는 정부안 제출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이해를 앞세우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김총재의 언급은 7월 임시국회는 물론 8월말까지도 여야간 협상이
합의형태로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솔직히 드러낸 것이다.

또 한보사태와 대선자금 등으로 곤욕을 치른 김대통령에게 명예를 회복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와 숙제"를 주자는 "동지적 발상"과 "돈선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여당 후보보다는 퇴임을 앞둔 김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이 공정한
선거룰을 확보하는데 더 유리하다는 실리적 판단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측은 특히 김대통령이 이같은 역할을 기꺼이 맡아줄 경우 대선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신호로 해석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이 밝힌 "중대결심"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비난해왔으나 임시국회 소집협상 과정에서 여당의 완강한 수비
자세를 확인한 뒤로는 김대통령에게 적극적인 대선관리의 일환으로 정치개혁
입법 주도를 촉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총재는 앞으로 김특보와의 비밀회동이나 영수회담 등을 활용, 김대통령
에게 공정한 대선관리를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그동안 거국내각구성 김대통령의 탈당 등 야권이 가시적으로
확인할수 있는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통령후보에게 협상전권을
위임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대통령이 김총재의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협상이 별 성과없이 장기화될 경우 김대통령이 정파를 초월한
입장에서 여야 개혁안과 시민단체안을 절충하는 방식의 개혁안을 제시하고
국회처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관련 김정치특보의 움직임과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