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김선홍회장이 23일 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을 만나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요청한 것은 최근
제2금융권 자금회수로 인해 기아그룹 전체가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몰려 결국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기아는 최근 몇달간 한꺼번에 몰려온 제2금융권의 대출금 회수로 위기상황
에까지 몰린게 사실이었다.

실제로 지난 4,5월 두달동안 제2금융권에서 몰려온 자금회수규모만 해도
무려 4천2백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렇게 빨리 자금을 회수하면 국내 어떤 대기업그룹들도 버틸 재간이 없다"
는게 기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아그룹은 최근 일부의 우려만큼 경영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도 지난해의 경우 부채비율이 5백% 정도로 대그룹 가운데선 비교적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이날 김회장은 강부총리에게 기아의 재무상황을 설명하면서 "매년 30%에
육박하는 성장률과 연간 45억달러에 달하는 수출규모 등에 비춰 볼때 경영상
의 문제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아의 어려움은 최근 제2금융권의 잇단 대출금회수를 계기로
금융권에 널리 유포된 자금악화설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등 각종 음해성
루머에 기인한다는게 기아측 주장이다.

물론 기아그룹은 이같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원인이 내부에도 있다고
판단,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노력방안도 시행할 방침이다.

이날 강부총리에게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총 7천9백50억원의 자산을 감축
하겠다고 한 약속도 그 일환인 셈이다.

기아는 이를위해 우선 주요 계열사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한편 계열
부품회사를 통폐합해 대형화시키는 조직의 슬림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또 인원의 합리화를 위해 생산직 사원들의 공장별 전환배치 등과 함께
사무관리직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 등도 마련중이다.

기아그룹의 이같은 자구노력방안에 대해 강부총리도 "기아같은 건실한
기업이 흑자도산이 나서야 되겠느냐"며 "정부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아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