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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마니아영화 도전해보자'..식신, 주성치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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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치의 "식신"과 코엔형제의 "파고".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홍콩배우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흥행보증수표 주성치와 미국
    독립영화계에 우뚝선 존재인 코엔형제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는 힘들다.

    "식신"은 황당무계한 주성치식 코미디이고 "파고"는 전형적인 코엔식
    스릴러물이다.

    흔히들 주성치영화라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싸구려코미디, 코엔형제의
    영화라면 난해하긴 하지만 작품성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홍콩에서 주성치 주연의 영화는 대부분 대박을 터뜨리지만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미국에서 코엔형제가 만든 영화는 그 반대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비슷한 일면이 없지 않다.

    다수의 보편적인 지지가 아니라 소수의 열광팬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이들의 영화는 극장보다는 틈새를 노린 비디오시장에서 각광받는다.

    홍콩영화가 잘 나가던 수년전 당대의 액션스타 유덕화가 주성치에 대해
    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내가 깨지고 부러지면서 온몸 던져 연기를 해도 관객들의 반응은
    신통찮아요.

    그런데 주성치가 팔짝 뛰기만 해도 사람들은 열광하고 자지러져요"

    홍콩에서 이같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주성치도 한국에서는 맥을 못춘다.

    한국관객에게 처음 선보인 주성치영화는 카지노무비"도성"(90년).

    "지존무상"이나 "정전자"를 기대한 관객은 영웅보다는 바보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주성치의 코로 라면가락 뿜어내기, 가래침 뱉기, 인간
    슬로모션 등 가공할만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흥행은 실패.

    이후 비디오시장에 꾸준히 나온 작품을 통해 "썰렁하긴 하지만 색다른
    웃음"에 신선함을 발견한 마니아들이 생겨난다.

    인기에 비례하는 힘을 얻게된 주성치는 그만의 독특한 코미디스타일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마음껏 세상을 풍자하고 인간의 속물적 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성치 최고의 걸작 "구품지마관"에서는 부패한 관료사회와 권위의식을
    풍자하고 당시 최고인기를 누리던 SF무협과 포청천까지 비웃는다.

    "파괴지왕"에서는 홍콩영화의 액션스타들이 도마위에 오른다.

    그의 최근작 "식신"은 주성치식 코미디의 결정판이다.

    뚜렷한 논리없이 홍콩영화의 여러 장르가 한데 섞이고 패러디된
    영화장면들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구성엔 과장과 비약이 넘쳐난다.

    홍콩요리계의 최고 영예인 식신의 자리에 오른 성자(주성치)가 충복의
    배신으로 행려자 신세가 됐다가 뒷골목에서 만난 못생긴 추녀(막문위)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다는 스토리.

    실력없이 포장과 로비 권모술수에만 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다.

    성자가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며 추녀의 헌신적인 사랑을 계속 외면하다가
    성형수술을 통해 예뻐진 후에야 받아들이는 것도 주성치다운 설정.

    코엔형제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스타일의 작품세계는 비디오로
    먼저 국내에 소개됐다.

    범죄스릴러 "분노의 저격자", 이색코미디 "애리조나 유괴사건",
    갱스터무비 "밀러스 크로싱".

    91년 칸영화제를 휩쓴 "바톤 핑크"가 개봉되지만 이전 작품보다 훨씬
    난해한 구성과 컬트적 풍경은 소수마니아들만 만족시켰다.

    94년 메이저영화사와 손잡고 만든 어정쩡한 코미디 "허드서커 대리인"을
    내놔 망신당한 코엔형제는 야심작"파고"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파고"는 87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일어난 실제사건을 코엔식으로
    재구성한 작품.

    돈을 노린 남편이 아내의 납치를 사주한 것이 발단이 돼 끔찍한 살인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코엔형제는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며 "세상엔 돈보다 귀한
    게 많다"는 메시지를 살벌하게 전한다.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만삭의
    경찰서장역)의 무표정하고 담담한 연기가 일품이다.

    "식신"과 "파고".

    각각 다른 이유로 주성치와 코엔형제를 외면한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갖고
    도전해볼만한 영화들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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