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백10엔"의 분수령을 눈앞에 둔 엔고현상은 우리 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조선 가전등과 같이 일본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업종들의 경우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산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이 그동안의
부진의 늪을 완전히 벗어나 경제회복의 견인차역할을 거뜬히 해낼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조선은 세계시장 1위를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만큼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도 어느 업종보다 크다.

윤병춘 현대중공업차장은 "최근 1년반동안 엔화가 1백20~1백25엔대에
머물면서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우리보다 5%정도 앞서 왔다"며 그러나
"엔고현상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우리가 2~3%정도 일본을 앞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약 3개월 후인 지난 올 가을부터 엔고효과가 가시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형근 현대자동차 수출계획실장은 "일본업체들이 엔저기간동안 원가절감
등 "몸추스르기"를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놓은 상태여서 당장 반사이익
을 얻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1달러=1백10엔에 근접한 만큼 예상보다 빨리
수출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전은 동남아 미국 등의 경합지역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게 돼 연초
세웠던 수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기기 VTR 컬러TV등 일본 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AV제품들의 경우
에는 심리적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반면 백색가전에 대한 플러스효과는 다소 늦게 가시화될 전망이다.

일본 업체와의 가격경쟁보다는 세계시장의 수급상황에 영향을 받는 반도체
도 엔고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수출신장에는 분명한 도움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철강은 제3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이 심한 열연 후판 냉연등 품목의
경우 "짭짤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업계는 일본을 제외한 미국 EU 중국 등에 일부 품목의 호조로 이어져
당초 수출목표였던 1백80억달러를 5억달러 가량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기계 석유화학 업종은 엔고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도리어
국내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수입에 따른 대일의존도가 심한 기계는 단기적으로 원가부담 상승
이라는역효과가 우려된다.

일본에 치러야 하는 부품값이 그만큼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역시 반사이익은 미미한 편이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일본 수출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동남아시장에 대한
수출현황도 수치화할 만한 형편이 못된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게다가 일본으로부터 기술도입을 추진하는 신규사업의 경우 로열티지급과
기자재 구매비용 증가를 피할수 없다는게 업계의 솔직한 걱정이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향후 2년간
조선 수출은 18.7%, 자동차는 15.2%, 가전은 14.4%정도 수출증대가 기대
된다"며 "그러나 중간재의 대일수입비중이 높은 정밀기계등 분야는 채산성이
악화돼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