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이후 새로운 경제권 형성과 함께 중국 내륙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상하이(상해).

상하이가 홍콩을 대체할 금융도시 건설을 서두르고 물류흐름의 교량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상하이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상하이항의 수심이 낮고 금융과 물류분야에서 홍콩과 맞대결을 벌이기에는
아직 사회적 여건이 열악하다.

''21세기 중국의 중심상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고 있는 상하이''를
3회에 걸쳐 점검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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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중국본토 귀속이 임박하면서 상하이(상해)항을 중국 중심항으로
개발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중국당국이 세계 제1의 컨테이너 항구인 홍콩항이 쇠퇴할때를
대비해 상하이항을 대체항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국제해운전문가들
이 "모르는 소리"라고 반기를 들면서 비롯됐다.

중국당국은 올연말부터 21세기초까지 상하이항을 거점으로 하는 양쯔강
(양자강) 멜타지역에 중화권 전체를 커버하는 중국 중심항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당국은 오는 7월이후 컨테이너항 홍콩을 중국 남부의 기본항으로
톈진(천진)과 다롄(대연)항을 중국 동북지방의 기본항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상하이항을 중국대륙개발의 교두보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중국당국이 상하이항을 중심항으로 개발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상하이항이 중국 해안선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홍콩항이 맡던 국제물류거점역할의 일부를 상하이항으로 옮겨 중국 내륙
개발의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상하이항이 중국 전역의 화물을 모아 환적수송할수 있는 최적지라는게
중국당국의 주장이다.

또 상하이항이 중심항으로 개발되면 부산과 고베 홍콩등지에서 환적,
외국으로 운송되던 중국 수출상품들이 상하이항에서 실려나가게 돼
컨테이너당 3백달러 이상을 절약할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수출품이 과거의 일반 잡화위주(컨테이너선)에서 석유탱크나
곡물 철강 원료등(벌크화물선)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여서 상하이항 개발이
시급하다는게 중국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건설중인 푸등(포동)지역도 상항이항의 발전에 일조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당국의 "야심찬 계획"에 대해서 국제해운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일본 미국등의 해운전문가들은 "홍콩항을 대체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실현성이 없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혹평한다.

이들은 우선 상하이항 개발의 성패가 국제 교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 중국당국 상하이항 개발계획을 원천적으로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양쯔강의 토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상하이항 입구항로
의 평균수심이 7m 수준"이라며 "만조때 2만5천t급 선박이 입출항하는 항구를
중심항으로 개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양쯔강에서 유입되는 토사량이 너무 많아 중국당국이 항로준설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충고이다.

중심항을 지원하는 사회간접시설도 취약하다는 견해이다.

상하이항과 연결되는 철도와 도로 항공노선이 미약하고 배후공단과 물류
단지 무역관세등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
이다.

한마디로 이런 상황에서 중국당국이 상하이항을 중심항으로 개발하면
중국은 물론 인접국가와 유럽국가등 국제교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이다.

이처럼 상하이항의 개발을 놓고 중국과 국제해운전문가들 사이에 뜨거운
실전이 계속되자 리펑(이붕) 중국국무원 총리는 최근 "상하이항 항로준설은
충분한 논증을 거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상하이항 개발계획의 상당한 후퇴를 의미하는 발언이다.

중국당국이 홍콩반환 이후에 상하이항을 홍콩항의 대체항으로 발전시키려던
계획은 홍콩의 본토귀속이 임박한 이 시간까지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 상하이(상해)=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