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장직을 둘러싼 유교계의 내분이 법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재단법인 성균관측의 노병덕 성균관장직무대행이 서울지방법원에 낸
최근덕 성균관장의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유있다고
받아들여지자 최관장측이 26일 노씨측을 상대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제출, 정면대결에 나선 것.

싸움의 원인은 재산관리를 담당하는 재단법인측과 종헌.종권을 갖고
있는 성균관의 대립.

지난해 6월 최관장측이 새 종헌을 제정하면서 4년 임기를 새로
시작한다고 선언했으나 재단법인측이 종헌을 인정하지 않고 "최관장의
임기는 올해 4월25일로 끝났다"고 해석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됐다.

재단법인성균관 (이사장 김상구)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노병덕
부관장을 성균관장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이에대해 성균관은 13일 "재단이사회가 종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관장을 유림총회가 아닌 재단이사회가 뽑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성균관측의 주장은 유림의 총의에 따라 종헌을 제정하고 새 종단이
출범했으므로 정통성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

그러나 법원은 22일 "노씨 등이 제기한 최관장직무정지가처분신청은
충분히 이유가 있으며, 따라서 유교계는 적법절차를 밟아 새 성균관장을
뽑으라"고 일단 재단법인 성균관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따라 성균관은 법적으로 관장직 공석상태가 됐으나 실제로는
최관장과 노관장직무대행이 병존하는 기묘한 상황을 맞고 있다.

최관장측은 그동안 제2의 재단법인 설립을 강행하는 한편 새 종헌과
유림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된 자신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치 않음으로써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최관장측은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단을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 재단법인측에 전국유림총회 소집승인을 요청했다.

최관장측의 유림총회소집 승인요청과 직무방해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해
재단법인측도 내심 당혹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림총회를 소집했을 때 유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에 선뜻 자신이
없는데다 직무방해정지가처분신청도 예기치 않게 불거져 나왔기 때문.

재단법인측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최관장측이 요청한 유림총회소집에는
원칙적으로 내부합의했으나 날짜를 정하지 않음으로써 진통이 적지
않았음을 노출시켰다.

유교계는 최관장측과 재단법인측이 어떤 절차와 방법을 통해 사태를
수습할지, 유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