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특혜비리사건의 주범인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19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 손지열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대검 중앙수사부 (심재륜 검사장) 박상길 부장검사는
회사돈 1천9백11억원을 횡령하고 정치인 및 은행장들에게 32억5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피고인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뇌물공여죄 등을 적용,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또 홍인길 신한국당의원 등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과 전직
은행장들에게 징역 8~5년을 구형하고 받은 금품 액수만큼 추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정피고인과 공모해 1천7백28억원을 횡령한 아들 정보근
피고인과 전한보그룹 재정본부장 김종국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논고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청탁과 로비를 통해 개인 치부에만
급급한 기업인과 정.관.금융계 인사가 야합해 빚어진 대형 부정부패사건"
이라며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이같은 사건의 재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특히 인맥과 친분을 악용한 무차별한 로비와 청탁으로
공직사회를 교란시키고 결제능력이 없으면서도 수백억원의 부실어음을
남발해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정피고인의 행위는 최소한의
기업윤리마저 저버린 것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와함께 정치인과 은행장들에 대해서도 "부도덕한 기업인에
매수돼 국회의원의 권한과 책무를 저버리고 천문학적 대출을 해준 행위
역시 건전한 국가경제풍토조성을 위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선고공판은 오는 6월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 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