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금의 경영권분쟁과 관련, 한화종금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CB)는 무효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이용우 부장판사)는 13일 한화종금의 제2대
주주인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이 한화종금을 상대로 낸 전환사채발행
무효 및 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사건 항고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한화측의 전환사채발행은 경영권방어를 위해 우호
세력인 제3자에게 집중적으로 신주를 배정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불공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전환사채 발행이 기존주주가 철저히 배제된 채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전환사채의 물량이 주식지분을 역전시키기에 충분한
만큼 이는 전환사채 제도의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주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선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경영권의 교체라는 중대한 결과를 낳게 되는 사안인 만큼
간단한 심리절차를 거치는 가처분재판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이는
대법원 상고심이나 민사본안재판에서 판단할 문제이므로 일단 기각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박씨측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한화종금 이사
3명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도 "위법한 전환사채
발행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사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한편 한화증금측은 이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회장측은 대법원에 즉시 재항고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측은 이에앞서 지난 1월 한화종금측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발행 즉시
주식전환이 가능한 4백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자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발행한도내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며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를 무효화할 경우
거래안전에 위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각결정을 내렸으며 박씨측은
이에 불복, 항고했다.

< 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