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태풍(외국인한도확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허전함이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예상했던 만큼의 외국인자금이 들어왔지만 주식시장을 해갈시키기엔 부족한
규모이다.

따라서 유동성장세를 기대하는 것도 당장은 무리다.

때문에 많은 증시전문가들은 이번주에도 "숨고르기 장세"가 좀더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국투신의 운용담당 백용즙부사장은 "당분간 주가가 오를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지 않으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물경기나 장외변수의 추이와 시장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대한투신의 조봉삼상무도 "종합지수가 670선 밑으로 떨어지면 적극적인
추가매수에 나설 예정이지만 지수가 옆걸음질칠 가능성도 다분한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내비친다.

이처럼 기관들은 기본적으로 본격적인 매수시점을 고르느라 숨죽이고
있는 상태다.

예컨대 5만3천원에 외국인들에게 넘긴 주식이 5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사들이겠다는 식이다.

일부 경기지표가 호전기미를 보이고 시중실세금리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은 "알맹이"가 확인되지 않은 단계라는 점이 기관들을 관망세로
내몰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유성의 부도와 미도파의 자금악화설등이 투자심리를 옥죄는 상황이다.

신용잔고가 3조원을 넘는 높은 수위를 보이고 있어 주초반까지는 기간조정
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용만기는 되지 않아도 이미 신용융자단가가 현재가를 웃도는 종목이
대부분이다.

한도에 묶여 추가융자가 어려운 종목이 많은데다 이처럼 신용투자로 손실을
낸 경우가 많아 시장을 더욱 짓누르는 형국이다.

최근들어 연일 대량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2일의 한도확대 당일을
제외하면 소형주 거래비중이 전체의 절반수준에 달하는 거래편중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로 내닫기엔 아직 부담스런 형국이라는 진단
이다.

그나마 개별종목들의 순환매와 함께 핵심우량주들이 낙폭과대를 보일 경우
기관들의 매수세가 기대돼 큰폭의 지수하락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관들은 대체로 이달 중순이후를 매수시점으로 겨냥하고 있어
석가탄신일(14일) 이후인 주중반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또 그동안 주가상승을 억제해온 엔화 약세가 최근들어 한풀 꺾이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일부 경기관련주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LG증권의 박병문 투자전략팀장은 "기본적인 탐색전이 끝나가는 단계에서
엔화가 절상추이를 보여 해운이나 조선 등의 경기관련주들이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M&A(기업인수합병)와 신물질개발및 사업구조재편등의 테마주
상승세가 가세해 종합주가지수 670선을 발판으로해 주후반엔 소폭 반등한다
는 것이 박팀장의 전망이다.

< 주요 예상재료 점검 >

<> 호재 <>

<>엔화 절상 반전
<>실세금리 하향안정세
<>고객예탁금, 신용융자잔고 상회

<> 악재 <>

<>기관투자가 관망세
<>증감원의 개별종목 조사설
<>대선자금관련 정국불안 증폭
<>신용융자잔고, 3조원대 유지
<>외국인 자금유입 일단락
<>한계기업 자금난에 대한 불안감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