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석유증산경쟁에 나섰다.

21세기를 앞두고 시장의 점유율확대를 목표로 중장기 증산계획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경쟁의 선봉에 섰다.

수년내에 석유시장주도권을 비OPEC로부터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OPEC 회원국 가운데 베네수엘라, 이라크, 쿠웨이트 등 3국은 대형증산계획
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는 산유능력을 매년 7~8%씩 증대, 오는 2006년께 하루 6백만배럴
을 생산할 방침이다.

현행 3백40만배럴의 두배 가까운 물량이다.

이를 위해 구미의 석유메이저들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 근해
광구분양을 이미 마쳤다.

이라크는 유엔의 경제제재조치가 완전하게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아래
향후 10년내에 하루 산유량을 현재의 6배수준인 6백만배럴로 확대할 계획
이다.

목표달성을 위한 유전개발에 3백억달러가 소요될 예정인데 상당 부분을
외국석유업체에 맡길 방침이다.

쿠웨이트도 산유량을 현재 하루 2백40만배럴에서 오는 2005년께 3백만배럴
로 증산한다.

이를 위해 셰브론 브리티시페트롤리엄 토털 등 세계 굴지의 석유회사들에
기술자문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같은 증산러시로 OPEC의 회원국 산유쿼터가 수년내에 대폭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노골적으로 "쿼터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수브로토 전 OPEC 사무총장도 최근 "현행 쿼터제를 폐지하고 실질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비 OPEC 산유국들도 OPEC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증산을 추진중이다.

캐나다는 동부해안지역 유전을 집중 개발, 10년내에 현재 산유량보다
50만배럴 이상 늘어난 2백55만배럴의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브라질의 국영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도 산유량을 현재 90만배럴에서 오는
2001년께 1백60만배럴로 증산할 계획이다.

대규모 매장량이 확인된 아제르바이젠의 카스피해유전 일대에서도 조만간
유전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매장량은 세계전체매장규모의 10%인 쿠웨이트 매장량에 상당하는
1천억배럴 정도로 추정된다.

이밖에 중국과 러시아 멕시코 앙골라등은 증산계획을 세워 놓고 석유
메이저들과 합작해 신규유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증산계획이 없는 산유국들도 현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의 증산목표는 탐사와 채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무난하게
달성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석유메이저들도 해외유전 탐사와 채굴에 대형 투자계획을
세워 놓았다.

투자은행 하워드웨일의 조사에 따르면 14개 석유메이저들이 계획중인
1백28건의 프로젝트중 90건이 신규유전개발프로젝트이다.

산유국의 증산경쟁으로 2000년대 초께 세계석유수급은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세계석유수요는 최근 하루 7천만배럴에서
오는 2015년께 1억4백60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중 공급규모는 하루 7천만배럴에서 1억6백9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비OPEC의 경우 4천2백만배럴에서 4천9백30만배럴로, OPEC의 경우
2천8백만배럴에서 5천7백60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OPEC의 세계시장점유율은 현행 40%에서 54%로 상승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인 수급균형 전망에 따라 2015년께 국제유가는 배럴당 21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EIA는 내다봤다.

이 예상가격은 저유가시대를 만끽하고 있는 요즘의 가격대(24~18달러)와
일치하는 것이다.

21세기초 세계 최대석유수입처로 등장할 아시아국가들에겐 희망섞인 분석
이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