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및 삼미그룹의 부도가 발생한 지난 1.4분기중 전국의 어음부도규모가
사상 최대인 5조원대에 육박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1월부터 3월까지 석달간 어음부도액은
4조9천2백7억원으로 작년 4.4분기의 3조5천1백50억원보다 40.0%가 증가했다.

1년전인 작년 1.4분기의 3조4천1백6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4.0%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1.4분기의 부도율도 0.23%로 9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
했다.

90년대에는 지난 94년 4.4분기의 0.18%가 가장 높았는데 올들어 한보.삼미
등 대그룹 부도가 연발하면서 부도율이 종전 기록을 무려 0.05%포인트나
상회했다.

부도율의 급증과 함께 부도업체당 평균 부도금액도 대형화됐다.

작년에는 업체당 평균 부도금액이 1.4분기의 11억8천만원에서 2.4분기와
3.4분기가 동일한 10억5천만원, 4.4분기에는 10억2천만원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 1.4분기에는 업체당 평균 금액이 14억3천만원으로 작년 4.4븐기
에 비해 40.0%가 급증했다.

이처럼 부도업체의 평균 부도금액이 올들어 갑자기 급증세를 보인 것은
불황이 심해지면서 기업체들이 대소를 가리지 않고 자금난에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작년 한해동안 부도업체가 모두 7개인 반면에 올해에는
1.4분기에 쓰러진 업체만도 7개에 달했다.

또 중소기업도 작년 1.4분기에 1천2백28개가 부도를 냈지만 올 1.4분기에는
1천6백21개로 대폭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보.삼미 등 재벌그룹이 줄줄이 쓰러진 데 이어 하청업체
등 거래업체들이 뒤따라 부도를 낸 데다 불황기를 맞아 자본력과 기술력이
낮은 한계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부도율과 부도금액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