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고가외제품 전시장이 되고 있다.

고가수입품들이 백화점의 신사숙녀복과 가구매장 등을 장악한데 이어
최근들어 유아동복과 완구 생활.주방용품 매장까지 휩쓸고 있다.

일부 백화점들은 매장 고급화라는 슬로건아래 국산대신 외국 유명브랜드
제품으로 매장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가물에 콩나듯" 입점해 있는 국내브랜드는 "구색 갖추기용"일뿐
이라는 비난이 국내 제조업체들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S백화점 본점 1층에 있는 유아동복 매장의 경우 9개 입점브랜드중 7개가
외국브랜드이다.

국내브랜드는 천우와 모다까리나 등 2곳뿐이다.

그나마 엘덴이라는 국내브랜드는 올해초 매장에서 떠나버렸다.

주변매장 관계자들은 "장사는 잘됐지만 백화점의 매장 고급화전략에 걸림돌
이 된다는 것이 철수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아동용 폴로점퍼가격이 12만5천원, 모자가 3만2천원이다.

완구매장도 레고 니코 세가 등 고가의 외국유명브랜드제품이 매장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다.

이중 레고 화물열차는 가격이 16만원에 이른다.

5층 생활.주방용품매장도 외국브랜드가 판치기는 마찬가지.

넥서스 아레씨 빌렐로이보흐 등 10여개의 외국브랜드가 매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중 매장 한가운데 있는 빌렐로이보흐브랜드는 이 백화점이 직수입해
판매하는 초고가제품.

포크 5개들이 세트가 23만원을 넘어선다.

이들 외국브랜드제품의 가격대는 국산보다 보통 3배가량 비싸다.

넥서스브랜드의 찻잔세트는 무려 1백39만원을 호가한다.

아레씨브랜드의 달걀만한 양념통 하나가 3만2천원이다.

이에 비해 국내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셰프라인 등 극소수의 국산제품만이 매장 한귀퉁이에 구색 갖추기용으로
진열돼있을 뿐이다.

욕실용가운과 담요 수건등 목욕용품도 외국브랜드가 국산을 완전히 몰아낸
상황이다.

H백화점 압구정점 지하1층 주방.목욕용품매장은 거의 외국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일제 에스톤브랜드 비눗갑은 1만3천원으로 국산보다 5배가량 비싸다.

이들 일본제품은 컵 주방용칼 세숫대야 등 가정용품 거의 전품목을 석권하고
있다.

심지어 수건 실내화는 물론 다리미깔판 변기깔개 빗자루 앞치마까지 일제
일색이다.

값을 보면 일제 앞치마 한벌이 4만5천원이며 영국제 크레이톤오일 4백ml들이
가 4만2천원이다.

이 백화점은 국산 주방.세제용품의 경우 본매장에서 슈퍼식품매장으로 아예
철수시켰다.

백화점의 격을 높이기위해 내린 명분이다.

아동복매장도 고가외제브랜드 일색이다.

15개가량의 입점브랜드중 아가방 모다까리나 등 2개브랜드만 국내브랜드이며
나머지는 모두 외국브랜드이다.

일본브랜드 마마&베이비 유아동신발 한켤레가 11만원, 아동정장 한벌이
22만8천원이다.

완구매장도 니코 레고 리틀타익스 등 외국브랜드가 8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레고의 경우 웬만한 장난감세트 하나가 10만원을 넘어선다.

한 국산아동복매장 담당자는 "국산이 외국제품과 비교할때 품질과 가격면
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백화점들의 외국브랜드 선호경향으로 냉대를
받고 있다"고 푸념했다.

< 류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