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길에 나선 철도여행자들을 상대로 우리문화 알리기에 8년째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김성혁씨(74)는 신촌역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나들이 나서는 사람들에게
안내전단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단에는 유적지의 유래와 역사 문화재의 제원 등이 담겨, 한눈에
여행지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김할아버지가 문화유적지 소개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 봄.

법주사 여행에서 상춘객들의 무질서에 실망하면서 부터다.

관광지를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 모습,
아무것도 남는 것 없이 그냥 갔다 왔다는 것에 만족하는 관광객들을 보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법주사에서 돌아와서 그는 서울 노원구 녹천역을 찾아갔다.

녹천역에서 떠나는 관광열차에서 나눠줄 안내전단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거기서 역무원 신동규씨(49)와 뜻이 통했다.

신씨가 신촌역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4쪽자리
유적안내 전단을 만들었다.

집필은 김할아버지가 하고 신동규씨는 입력과 인쇄 등 이후 절차를
담당하고 있다.

인쇄는 김할아버지의 용돈과 신씨의 박봉을 쪼개 1회에 7백~8백부를
찍는다.

전단을 보지도 않고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열차시간표등 여행일정을
같이 인쇄하는 아이디어(?)도 동원했다.

지난 54년 개성에 있던 송도중학교가 인천으로 옮겨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서 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던 김할아버지.

교단에서 물러난 지금도 그는 사회의 스승으로서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정부에서 앞장서 우리 유적지에 대한 연구와 홍보를 해야
여행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며 "여생을 우리 것 알리기에 전념하고
싶은 한가지 바램을 갖게 됐다"고 가슴속 말을 털어놓았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