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검찰수사가
현철씨에게 자금지원을 한 기업전반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내주초 현철씨를 소환한다는 방침아래 현철씨가 기업들로부터
청탁성 자금을 직접 수수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그간 진행해온 현철씨의 간접적인 이권개입수사가 박태중씨 등
측근들의 무거운 입에 막혀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박씨 등이 현철씨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한 사실만 인정하고 현철씨의
개입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현철씨가 직접 금품을 받은 사례를 중심으로 대가성을
밝혀내 현철씨의 사법처리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또 다른 의혹인 국정개입이나 국가기밀유출의혹은 사실상 공소유지가
힘든데다 정치적인 부담도 고려할 수 밖에 없어 현실적인 수사진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계획이다.

검찰은 일단 현철씨에 관한 각종 이권 개입의혹을 남김없이 조사할
계획이라는 것이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증권가 정보와 같은 확인 불가능한 루머는 배제하고 업계에서
나도는 신빙성 있는 의혹을 중심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두양그룹등 5~6개 업체가 이권사업 청탁을 위해
3~5억원씩 20억원 이상을 현철씨에게 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대가관계는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일부
이권개입혐의는 포착됐으며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민정부 출범이후 각종 국책사업 선정과정에서 특혜의혹을
샀던 업체들 대부분이 검찰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려지며 숱한 특혜시비를 일으켰던
지역민방사업자과 개인휴대통신 (PCS), 주파수공용통신 (TRS) 사업자
선정과정은 물론 남해안 다리건설 사업과 민자역사 등 대형 관급건설공사
수주와 일부기업의 인수합병과정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이와함께 고려대 출신 기업인들이 주축이 된 경영연구회 등 현철씨와
친분이 깊었던 재계 2세 인맥들을 중심으로 재정지원여부를 수사중이다.

비록 구속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가성 자금이 아니더라도 현철씨
의혹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도덕성에 모아지고있는 만큼 현철씨가
챙긴 돈의 액수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현철씨의 정치적 야심이 남달랐던 만큼 재계인맥관리에 상당한
열의를 보였고 업체들 역시 그의 신분에 걸맞는 대접을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현철씨가 지난 92년 대선 자금 가운데 남은 3백여억원을
4~5개 기업체와 은행 등에 가.

차명 형식으로 은닉시켜 보유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이 내주초 예정된 김씨의 소환에 맞춰 현직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에 걸맞는 범죄사실을 밝혀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