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로 매출은 줄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도 박해졌다.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로 자금사정까지 빠듯해지자 재계 전체가 경영위기에
휩싸인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기업마다 침체기의 경영전략을 재정비하느라 부산하다.

"전략"은 원래 군사용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용어가 돼 버렸다.

전략이란 말을 최초로 경영에 도입시킨 회사가 바로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이다.

그래서 BCG에는 항상 전략이란 단어가 따라다닌다.

BCG의 전략컨설팅은 크게 3가지다.

<>경쟁우위의 창출, <>지속적인 변화, <>재무가치의 증진 등이 그것이다.

시련기를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에겐 어느하나도 간과할 수 없는 개념
들이다.

BCC회장단은 최근 서울에서 "최고운영위원회의"를 가졌다.

회의차 내한한 칼 스턴 BCG부회장을 만나 침체기의 경영전략 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만난사람 = 노혜령 산업1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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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가 급하강하면서 대기업들도 잇따라 쓰러지는 등 한국업계가
일종의 "부도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불황기에는 어떤 경영전략을 구사해야 하나.

"한국은 부도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부도는 항상 일어난다.

때로는 대기업도 쓰러진다.

부도는 병든 기업이 사라지는 자연스런 과정이다.

이런 부도는 경제를 더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준다.

개별기업 입장에서 봐도 우량기업의 경우 구조조정기는 오히려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기업들도 국제무대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마진이 급감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환경이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 전략, 즉 장기적인 마진하락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체제를 정비할 계기가 된다.

재무구조면에서 보자면 한국기업들이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와 수익률을
건실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성장과 세계화에 중점을 둬 왔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구축한 위치를 기반으로 재무위기를 줄여야 한다"

-재무위기에만 촛점을 맞추다가는 시장점유율 확대 등 성장은 위축되게
마련인데.

"사업리스크와 재무리스크사이에는 상쇄관계가 있다.

따라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게 좋다.

경쟁력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부채율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법이다"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내실화도 다진다는 얘긴데.

어떻게 한꺼번에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나.

"수익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절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수익과 성장의 열매를 동시에 따려면 기업은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치경영이다.

성장을 생각할 때는 반드시 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

예컨대 판매가 늘어날 때마다 가치도 부가되느냐를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추가판매 때마다 가치도 더해진다면 은행이나 주주들은 돈을 더 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본은 자연히 모여든다.

따라서 재무위기는 줄어든다.

재무구조가 건전해지면서 성장과 경쟁력도 함께 쌓여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경쟁력우위에 있는 분야를 찾아내서 그 분야에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두는 정확한 경영분석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한국기업들도 경제적부가가치(EVA), 자본수익률(ROI)
등 수익성 중심의 경영평가 지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수익성중심의 지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은 자본비용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뜻이다.

이런 사업은 성장할 것이고 결국 경쟁력 있는 사업이 되는 것이다.

투자가치가 있는 사업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수익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경영지표만으로는 가치있는 사업을 정확히 골라내기
힘들다.

한국 대기업그룹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국 대기업 그룹들은 자산 성격이 판이한 갖가지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다.

무역에서 자본집약적 성격의 사업까지, 자본수익률이 낮은 사업에서 높은
사업까지 모두 하나의 그룹안에서 다룬다.

이런 경우 현금흐름에 촛점을 맞춰 재무성과를 평가하는게 바람직하다.

어떤 사업에 재투자해야 할지 판단하려면 사업의 수익성을 현금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성격이 비교적 단순할 때는 판매수익률(ROS), 자산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으면 자산수익률(ROA)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는 경우에는 이런
한두가지 지표만으로 경영성과를 똑바로 알아내기가 힘들다.

개별지표들에만 촛점을 맞출 경우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자산집약적인 사업에 이런 지표들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성장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즘처럼 자금사정이 경색된 상황에서는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분배해야
하는지가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유럽과 한국은 기업문화가 다르다.

서구식 경영기법을 그대로 한국에 이식할 수는 없지 않나.

"한국기업들의 해외사업이 많아지면서 일본과 독일처럼 해외에서 직접
자본을 조달할 기회도 많아졌다.

캐시플로우를 얻는 곳에서 자금도 조달하는 것이 기본적인 재무의
법칙이다.

캐시플로우 절반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면 자금의 50%는 해외에서
조달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대부분의 자금조달을 국내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풍토는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에게 투자액에 걸맞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는게 중요하다.

서구 자본시장에서는 가치경영에 대한 관심이 몹시 높다.

이들 자본시장에서 사용되는 경영평가 기준을 한국기업들이 이해하고 직접
적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화 시대에 국제자금 조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적했듯이 한국의 대기업 그룹들은 서로 연관이 없는 사업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그래서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비난도 듣고 있다.

이런 경영방식이 비효율적인 것은 아닌가.

"지나친 사업다각화는 나쁘다는게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이었다.

사업을 너무 많이 벌이면 복잡해지고 인간들은 이런 복잡한 사업들을
경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보스톤은 그래서 여기에 대한 연구.분석을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효율과 사업다각화 사이에는 직접적인 함수관계가 없다는 결과였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기업그룹의 기업분할이 일종의 유행이었다.

여러종류의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그룹의 주식가치는 전반적으로 낮게
평가되기 때문에 분할하면 주가가 급등하리라고 믿었다.

기업분할을 하면 경영층이 자원배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고
따라서 투자자들이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게 그 근거였다.

그러나 분석결과 기업분할이후 주식가치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분할이전에도 경영상태가 좋았던 기업들이었다.

경영의 효율성만 확보된다면 사업다각화는 절대 나쁜게 아니라는 증거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대기업그룹의 사업다각화, 업종 포트폴리오를
평가한다면.

"한국기업들이 앞으로 관심을 둬야할 것은 몇가지 숫자의 사업을 벌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기업들은 사업다각화를 계속 이뤄가면서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게 보스톤의 분석 결과다.

그러나 가치창출은 전혀 없이 돈만 빨아들이고 경영을 분산시키는 철수
대상 사업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몇년간 한국 대기업그룹들은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업
철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에 대기업그룹들이 기여한 역할이 컸다.

한국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여러 토양을 이들이 제공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 대기업그룹들은 가치창조라는 기준에서 사업의 포커스를
다시 맞춰야 할 때가 왔다.

이와관련, 한국 대기업그룹들은 업종 포트폴리오 재고권한을 완전히
위임할 리더십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약력 ]]

<>46년 미국 출생
<>하버드대학 경제학부 졸업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수석 졸업
<>BCG 런던.샌프란시스코.시카고 지사 역임
<>BCG 전사개발.조직재편위원장
<>현재 BCG 북미담당회장겸 그룹 부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