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의장은 18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책임을 지고 오는 5월
19일 열리는 국민회의 전당대회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
고 밝혔다.

김의장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그가 주도해온 국민회의내 비주류는 물론
한보에 연루된 다른 정치인들의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비주류의 행보와 관련, 김의장은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비주류의
입장을 정대철 김근태부총재 등 국민경선제를 추진해온 인사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면서도 "금년 대선에서 국민회의 중심으로 집권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주류는 김의장 대신 정부총재가 대통령후보경선에 참여하고 김의장
은 총재경선에 나서는 쪽으로 의견을 집약했으며 정부총재는 19일 기자회견
을 통해 대통령후보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총재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오는 5월의 국민회의 전당대회는
총재경선에서 김대중총재와 김의장,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김총재와
정부총재가 각각 대결하는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김의장이 이번에 이런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고 해서 비주류가
총재및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상황에 놓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총재측의 세가 워낙 탄탄한데다 스스로도 도덕적 우위를 과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김의장의 "자진 낙마"로 야권의 대선주자는 국민회의 자민련
두 김총재로 압축되는 듯하다.

그만큼 민주당 통추 국민회의비주류 3자간 제휴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김의장은 이번 결단을 통해 비난여론이 비주류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한보사건에 연루된 다른 여야의원들과 자신을 차별화함으로써
"불명예 정계은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축적
하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김의장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택폭을 좁혀 놓고
자신과 유사한 선택을 하도록 압박하는 부수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불출마선언"은 한보에 연루됐거나 도덕성면에서 흠집이 있는
여권내 대선주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제2,제3의 "불출마선언"
의 단초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계은퇴선언" 도미노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의장은 불출마선언으로 연장된 정치수명을 활용, 김총재와의 동반하산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김의장은 이와관련,"정통 민주세력의 집권과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오랜기간 노력하면서 정치인은 책임윤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강조하고 실천해 왔다"고 말해 1차적인 압박대상이 국민회의 주류측의 연루
정치인및 김총재임을 시사했다.

비주류측 인사들이 야권의 두 김총재를 배격하고 제3후보론을 폈던 점을
감안하면 김의장의 불출마선언은 김총재의 발목을 잡기 위한 "물귀신작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국민회의 비주류가 경선에 참여, 패배할 경우 탈당 등 독자행보를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전당대회전 새로운 행보를 설정하지 않는한
이번 김의장의 불출마선언은 비주류몰락의 신호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비주류내 내분도 점쳐볼 수 있다.

비주류측의 3인방이 일단 역할분담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정,김부총재측
으로서는 김의장과 계속 같은 배를 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이들이 계속 느슨한 연합체제를 구축, 주류측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대선에서 국민회의 김총재를 지원하고 김총재이후의 당권
장악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항복''으로 비쳐질 수 있어 이들로서는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