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파라는 명제는 이제 우리경제의 시대적소명으로 자리 잡았다.

고건 내각이 경제살리기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때맞춰 민간에서는 교수 기업인 등이 연대하여 ''경제자유찾기 모임''이라는
시민운동을 발기하고 공식출범했다.

''경제자유찾기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응한 미 미시간대 경영대 석좌
교수와 각계전문가들이 규제혁파를 바라보는 입장을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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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환 < 태일정밀 사장 > = 나는 기업인이지만 행정쇄신위원회 실무
위원 자격으로 규제개혁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규제개혁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규제를 푼다는게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실타래를 엉키게 하는 것은 쉬워도 풀기는 어려운 이치와 마찬가지다.

규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가지라고 생각된다.

우선 현재의 규제가 굉장히 복합적이다.

정말 엉킨 실타래같다.

법령은 서로 얽혀있다.

하나의 규제를 풀고 나면 다른 법령에 의해 규제가 가해진다.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여러차례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옛날에 어떤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실타래를 감다가 실타래가 떨어져
얼클어지자 가위로 엉킨 실타래를 싹둑 자른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얘기가 복합적인 규제를 풀어갈 수 있는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규제개혁의 또다른 난관은 공무원들이 전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규제를 풀면 자신의 업무가 축소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규제를 풀었다고 얘기하지만 잔잔한 규제는 여전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규제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우리만의 특수성이 있다.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지역 농지보호지역 등의 제도는 그 나름의
합목적성이 있다.

그런데 개발제한구역이나 농지에 공장을 짓겠다고 하다보면 규제때문에
기업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인 또는 회사의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규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통치권자가 엉킨 실타래를 자를 수
있을 정도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의 객관적인 이해폭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성우 < 한성대 교수 > = 규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요건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긴밀한 협조관계다.

정부만 규제개혁에 나서고 입법부가 뒷짐을 지고 있으면 허사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규제개혁에 나서면 법을
만드는 입법부는 제때제때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

규제개혁기구의 통합 및 전문화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규제개혁기구가 분산된데서 나타난 폐해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자기영역만 고수하려고 한다든지 반대로 남의 영역이라고 판단, 끼어들지
않으려 하다보니 규제개혁작업의 조정이 안되고 서로 협조도 어려웠다.

심하게 얘기하면 분산된 기구가 규제개혁에 장벽이 되고 있다.

규제개혁은 구호나 기분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규제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가 지속되는 것을 막기위해 일몰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단 도입된 규제의 생명력은 시대적 환경변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끈질긴
면이 많기 때문이다.

한발 더나가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규제대상을 최소화하고 명확히
하기위해 입법기술상 네가티브방식을 도입하고 규제방식에 있어서도 경쟁
지향적인 새로운 기법을 발굴, 도입해야 한다.

규제개혁작업은 결국 사람(공무원)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규제완화에 소극적이며 방어적이다.

때문에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상 특전을 부여하는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규제를 풀었다고 모든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부작용때문에 다시 경제관련 규제를 도입해서는 안된다.

독과점금지 및 경쟁정책은 확실히 운영해야 한다.

<>이용환 <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 > = 정부의 규제개혁작업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규제완화수준에 머무른 것은 규제집행자에게 규제
개혁을 맡김으로써 처음부터 규제개혁의 한계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규제개혁을 하려면 규제추진체계부터 규제집행자가 아닌
피규제자를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건수위주의 규제가 아니라 목적달성에 부응할 수 있는
전체적인 행정흐름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을 철폐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규제개혁에 대한 종합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추진일정이
명확하게 제시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종합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기업활동규제에
대해 원칙자유 예외금지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사전적이고 직접적인 규제방식에서 사후적 관리방식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사전규제는 일반적으로 규제집행비용이 높고 규제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사후관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요인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정부 출범이후 법령개정 등을 통해 5천2백87건의 경제행정적 규제를
완화했거나 추진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국가경쟁력강화의 요체인
금융 토지 경쟁촉진 등 핵심규제부문을 성역화함으로써 스스로 규제개혁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이래서는 피부에 와 닿는 규제개혁이 될 수 없다.

이와함께 정부스스로도 혁신을 도모해나가야 한다.

뉴질랜드의 예에서 보듯이 정부기능을 민간에 이전하고 조직 및 인원의
축소, 예산회계제도의 개혁 등 정책적 투명성을 통한 규제개혁으로 고객위주
행정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이동규 < 공정위 제도개선 과장 > = 컴퓨터를 제대로 작동,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규제개혁도 마찬가지다.

첫째 규제개혁담당자 규제기관 정치인 기업 등 규제개혁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규제개혁이란 시장경쟁원리와 자기책임원칙의 철저한
이행이라는 확고한 인식과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총론찬성, 각론반대"라고 말하여지는 것처럼 반대론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규제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상대적 약자가 생기는 것이다.

약자보호 또는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방을 내려야 하지만 고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규제개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도 경쟁을 촉진하는 룰을 만들고 심판하는 감시자의 역할로 돌아가
민간에 넘길 것은 털어버리고 인사 조직 예산 등 행정내부의 이른바 관-관
규제도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부처의 차관도 국적에 관계없이 공채로 뽑는 세상이다.

둘째 컴퓨터 하드웨어에 해당되는 규제개혁 추진체계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규제개혁의 효율성은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다만 규제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정책과 연계, 추진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시장진입이나 가격의 규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등 경쟁이슈들을 다루지
않는다면 규제개혁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째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격인 규제심사의 질을 높이는게 중요하다.

규제일몰제 규제재검토제를 비롯 규제영향평가제도 등 규제의 질제고를
도모하는 유용한 프로그램은 선진국에서도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기법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규제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이들 세가지 요소가 일체를 이뤄야
하겠지만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규제개혁을 다루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규제개혁작업은 결코 복권추첨이 아니다.

규제개혁 성과에 조급하게 매달려서는 안된다.

국가경제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규제개혁 작업에 대한 투자에 결코
인색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