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근 한보회장은 14일 "지난 94년중반 롯데호텔에서 김현철씨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며 "그러나 당시 사업얘기는 일체 없었고 그 이후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한보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당시 김현철씨 학교선배인 오세천 청와대민정비서관의 권유로
김현철씨를 한 차례 만났다"며 "그러나 96년 고려대 동문회에서 김씨를
만났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또 박대근 홍보담당상무등 민주계 보좌관출신 임원들이 현철씨를
사칭하고 다녔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지난 93년 중반 당시 김무성
민정비석관으로부터 "영식(김현철씨)을 만나려는 것 같은데 말썽이 생기니
그러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

정회장은 이어 "95년 12월초 아버지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청와대를 방문, 당시 홍인길 총무수석에게 자금사정을 호소하고 아버님의
병치료를 제대로 받을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그러나 "당시 홍수석의 소개로 한이헌 경제수석을 만났으나
거북해 하는 것 같아 인사만 하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한편 오세천비서관은 이날 당시 만남에 대해, "정회장이 "현철씨를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해와 한번 거절했으나 정씨가 다시 "비즈니스
관련이 아니다"며 재차 부탁을 해, 현철씨에게 이야기를 전해 만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신한국당 김무성의원도 "지난 93년 7~8월께 한보 박대근 홍보이사가
"현철씨와 잘 안다"며 현철씨를 팔고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 정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은 "문민정부 초기 한보관계자들이 집권세력
을 팔고 다녀 청와대에서 한보에 주의조치를 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청와대에서 내사에 나섰으나 홍인길 총무수석이 한보의 대선자금제공을
이유로 내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 최완수.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