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한보총회장의 3남으로 한보철강회장이었던 보근씨를 상대로 열린
14일 청문회에서 여야의원들은 한보사태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김현철-
정보근커넥션" 의혹을 파헤치는데 주력했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지난주 정태수씨와 홍인길의원등을 상대로 현철씨의
한보관련 의혹을 입증하는데 실패한 점을 의식, 이날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밝히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여당 의원들도 두 사람의 관계를 방어적 관점에서 확인하기 위해 질문공세
를 폈다.

야당의원들은 <>현철씨의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방문설 <>재벌2세 모임인
"경영연구회"에서의 접촉설 <>지난해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동행설 <>지난해
9월 일본도쿄 술집 접촉설 등 그동안의 각종 "회동" 의혹뿐만 아니라
헬스클럽 단란주점 쉐라톤워커힐호텔 접촉설 등을 새로 제기했다.

자민련 이상만의원은 현철씨와 경영연구회간의 관계 및 접촉설을 추궁
했으나 정씨는 "현철씨가 회원인지는 잘 모르고 만난 것은 9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단 한차례 만났음을 강조했다.

신한국당 김문수의원이 현철씨의 당진제철소 방문여부를 물은데 대해서도
정씨는 "그런 사실이 없고 소문을 들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현철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태중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이양희의원도 지난 95년 6.27 지방선거 직전 충남 당진에서 두 차례
만났다는 제보를 근거로 두 사람간의 친분설을 거듭 제기했다.

이의원은 "증인이 6.27지방선거 직전인 95년 5월과 6월에 당진에서 현철씨
를 만났다는 제보가 있다"며 "특히 95년5월에는 당진제철소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한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이상수의원은 "당진경찰서 경관이 현철씨를 2번 경호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현철씨가 오가면서 송산면에서 화장실에 들렀다는 얘기
까지 있다"고 답변을 유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의원은 쉐라톤워커힐 호텔 방문 여부를 물은데 대해 정씨가 "아버지와
한번밖에 가지 않았다"고 하자 정씨가 호텔을 이용하면서 사인을 남긴
자료를 들이대면서 "10번이상 갔는데 현철씨를 만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정씨는 이에 "당시는 여름휴가철이었기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얼버무리는 등 다소 당황해 했으나 "모른다"로 일관했다.

이의원은 또 리츠칼튼 헬스클럽 회원가입 시기를 물으면서 같은 헬스클럽의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태중씨를 만났는지 추궁했다.

그러나 정씨가 일관되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자 이의원은
"박태중씨 회원권은 실제로는 현철씨의 것이다. 리츠칼튼호텔과 주변
단란주점에서 현철씨를 만난게 맞지 않느냐"고 물고 늘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정씨는 각종 의혹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하고 나섰고 의원들은 이같은 진술을 뒤엎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