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과 자금난으로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13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는 모두 52개였으나
올들어 3월말현재 접수된 기업만도 모두 31개로 이미 작년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지법에는 지난해와 같은 12개 업체가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대구지법에는 7건이 접수돼 총 접수건수의 3분의2가 이들 두지역에
집중됐다.

서울지역의 신청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배나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경기불안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시중에 기업부도설이
끊임없이 나돌면서 서울지법 민사신청과에는 거래기업의 법정관리신청
여부를 확인하려는 금융기관과 협력업체 등의 전화가 하루에도 10여통
이상 걸려오는 등 법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법원은 이에따라 지난 3월 1명의 배석판사를 추가 임명해 업무를
분담하고 있으나 기존의 법정관리업체가 60여개로 이미 1인당 20개씩의
기업을 맡고 있어 효과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재판부도 한보철강의 경우 재산보전관리인에 법정관리사상 최초로 4개
채권은행단과 포항제철이 추천한 전문경영인을 함께 선임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재판부 관계자는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데 따른 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법원으로서도 구사주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철처히 따져 재산권행사는 물론 경영권간섭도 일절 배제시킬 방침"
이라고 밝혔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