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장은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그가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때 종업원으로부터 특이한 질문을 받고 저으기
놀랐다.

"노트북컴퓨터로 통신을 하시겠습니까"

호텔에서 준비한 무선LAN(근거리통신망) 카드를 싼값에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모뎀을 이용한 통신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고 값비싼 국제전화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K사장은 그동안 해외출장을 갈 때면 여러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그중에서 으뜸이 호텔의 전화가 노트북컴퓨터의 모뎀과 궁합이 맞지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었다.

호텔의 전화선으로는 들고간 노트북의 통신이 어려워질 때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자우편으로 들어온 임직원들의 보고를 체크할 수도 없고 전자결재는
엄두도 못낸다.

그럴때면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각종 통신서비스류를 모두 다 뒤져 접속을
시도하느라 한나절은 족히 허비하고 만다.

그러나 이번에 묶는 호텔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호텔의 서버와 무선LAN카드로 노트북컴퓨터를 연결, 자신의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불러내 LAN환경에서 고속으로 통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처음으로 무선LAN카드를 개발한 레이컴은 이처럼 호텔을 중심으로
무선LAN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백화점 물류센터 은행 학교를 중심으로 무선LAN카드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컴퓨터나 단말기의 이동이 잦은 업종이나 건물의 구조상 케이블을 많이
설치하기 어려운 사무실을 중심으로 설치가 늘고 있다.

무선LAN카드는 지난해 대림정보통신 등이 AT&T 프록심 등 미국제품을
선보이면서 국내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프로테크인터내셔널이 이스라엘 브리즈콤사 제품을 도입하는 등
10여개업체가 무선LAN카드시장에 진출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무선LAN시스템은 데스크톱PC 또는 노트북컴퓨터에 꽂아쓰는 무선LAN카드와
서버와 PC를 연결하는 억세스포인트(중계기)로 구성된다.

케이블이라고는 서버와 중계기 사이를 이어주는 선이 전부다.

대부분의 제품이 고속모뎀보다 50배나 빠른 2Mbps급의 전송률로 실내에서
두꺼운 방화벽만 없다면 1백50m까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무선LAN카드가 60만~90만원대, 중계기가 2백만원 안팎으로
유선의 20만원대(설치비포함)에 비해 비싸다는 점이다.

전송속도도 10Mbps급인 유선만은 못하다.

이때문에 아직은 특수한 용도로만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레이컴의 경우 국내생산에 들어가면서 LAN카드의 가격을 30만원
대로 대폭 낮춰 유선LAN시장을 대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강갑우이사는 "유선LAN의 케이블을 한번이라도 옮겨 설치한다는
것을 가정할 경우 레이컴의 제품은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1년내 무선LAN카드의 가격을 20만원대로
낮추고 2년내 전송속도를 10Mbps까지 높여 유선시장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통신에도 본격적인 무선시대가 열리면서 인트라넷과 익스트라넷의
황금기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