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기업체인 피아트자동차의 케사레 로미티회장(75)이 9일
불법정치자금 제공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자금제공사실을 기록한 장부를 조작한 것.

형량은 18개월의 집행유예와 8백만리라(약 4천7백달러)의 벌금.

대법원판결까지 확정되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피아트 한 회사의 차원을 넘어 이탈리아 경제부흥을 책임질 전문경영인으로
꼽힐 정도로 잘나가던 그가 이처럼 낙마한 것은 검찰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 돌풍에서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계와 재계의 구조적인 부패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92년 시작된
"마니 풀리테"는 그동안 상당수의 정-재계지도자들을 형무소로 보냈고
기독민주당과 사회주의당의 연립정권을 전복시키는등 위력을 발휘했다.

전문경영인의 상징인 로미티회장에게마저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수사에
어떤 성역과 시효도 없음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로미티는 지난 76년 피아트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노조 파업 및 붉은
여단의 테러공격등으로 비틀거리던 피아트를 살려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80년 노조의 파업에 맞서 4만명의 사무직 사원들을 동원해 대항시위를
이끌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소유주인 지안니 아넬리 전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