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과 김현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여야합의로
구성된 한보특위가 청문회를 시작한지 이틀만에 특위위원들의 자격시비로
비틀거리고 있다.

사실 위원들의 면면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김현철씨와 학교선후배"
"한보돈을 받은 의원" 등 말이 많았다.

특위초반 신한국당 홍준표 의원은 정태수 한보총회장이 "하늘같이 여기는"
홍인길 의원의 변호를 맡은 게 문제돼 중도하차하기까지 했다.

8일 현재 자격문제가 거론된 의원은 김현철씨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여당의 두 의원, 김현철씨와 고교 7년선후배로 잘 아는 사이라는
한 여당의원, 그리고 제1야당인 국민회의쪽에서 한보임원으로부터 후원금은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야당의원 및 권노갑 의원으로부터 국감질의 무마혐의를
받고 있는 두 야당의원 등 모두 6명으로 전체특위위원 19명의 30%를 넘는다.

이처럼 "무자격혐의"대상자가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특위위원 스스로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하면서 상대측의 자격을 문제삼은 결과다.

하지만 국민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성격의 것이
결코 아니다.

무면허의사에게 하나뿐인 환자의 생명을 다루게 할 수 없듯 자격이
의심스런 의원에게 수많은 증인 기업인 정치인들의 사회적.정치적 생명을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가 휴게시간에 "김현철씨가 똑똑하다"고 말한 것은 질의자료를
잘 준비하라는 뜻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모의원처럼 인물평을 할 정도로
김현철씨를 잘 아는 사람은 "특수관계"에 있다는 국민적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또 경위야 어떻든 돈을 받았다고 스스로 인정한 야당의 모의원 역시
특위위원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얼마전까지 검찰총장이 김현철씨와 같은 PK(부산.경남출신)이기 때문에
검찰에 공정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야당 의원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허귀식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