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눈부신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흑사병 결핵 등 인류를
괴롭혀온 각종 전염병들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인류가 천연두를 박멸했다고 자만할 때 후천성 면역결핍증 즉
에이즈라는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이 출현, 지금까지 모두 3천만명 이상이
감염돼 대부분 비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5년 아프리카 자이레에서 크게 나돌아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에볼라바이러스를 비롯해 96년 영국에서 유행한 광우병과 일본의 O-157대장균
등 새로운 감염성 질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년동안만 해도 30가지 이상의 새로운 감염성 질병이 발견됐으나
이들 질병은 대부분 치료법이나 치료약 예방접종 등이 아직 없다.

뿐만아니라 말라리아 결핵 등 퇴치됐다고 여겨졌던 질병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다시 성행하고 있으며 페스트 디프테리아 콜레라 간염 등으로
신음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국내에서도 지난 80년대 이후 사라진 것으로 여겼던 말라리아가 4년전부터
다시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를 중심으로 급속히 유행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정복된 것으로 여겼던 전염병이 또다시 인류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급속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인간과
자연의 전통적 균형과 조화가 깨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